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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벗어 날 수 있습니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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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벗어 날 수 있습니다.”

박준범 PD (YTN 라디오 편성팀장)

 

  최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중독에 대한 원인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누구나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져야 한다고 믿었던 스티브 잡스가 자기 자녀들만은 절대로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로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본인들이 만들어 파는 기기가 사람들이 한 번 빠지면 도저히 거부할 수도, 멈출 수도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최근 몇 년 전 조사 결과에서는 46%의 사람들이 휴대폰 없이 살 수 없다고 답했고, 심지어 휴대폰이 깨지느니 자기 몸이 다치는 게 낫다고 답한 사람들도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의 경우 만우절을 맞아 3,5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벌였는데, 버튼을 하나 마련하고 60초에 맞춰진 타이머가 0초가 되기 전에 누르라고 했습니다. 아무 보상도, 어떤 쓸모도 없는 피드백 이벤트에 사용자 수백만 명이 48일 동안 밤을 새우며 매달렸다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페이스북이 ‘좋아요’ 버튼 기능을 도입해 가입자 2억 명을 대상으로 피드백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좋아요’는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피드백’은 중독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 중에 중독 전문가 마이아 살라비츠의 주장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살라비츠는 “의사가 통증 환자를 중독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중독되려면 정서적으로 위안을 주는 약물을 반복 복용해 그것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야 한다. 통증 말고 다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찌감치 또는 나중에 추가로 마약을 할 때만 중독된다. 반드시 마약이 있어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뇌가 학습하기 전까지는 중독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중독자로 만들 수는 없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하는데 그 체험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습해야 중독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독에서 벗어 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자는 먼저 ‘다른 행위로의 대체’를 제시합니다. 혁신 기업 더 컴퍼니 오브 아더스(The company of others)는 2014년 ‘리얼리즘(Realism)’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리얼리즘이라는 제품은 스마트폰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화면 없는 스마트폰처럼 생긴 플라스틱 액자 형태의 아주 단순한 기구라고 합니다. 화면을 켜서 보면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실제로 우리 앞에 보이는 광경을 화면 크기의 틀을 통해 보게 하는 것인데, 크기도 스마트폰과 얼추 비슷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호주머니에서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대신, 모양과 느낌이 비슷한 이 제품을 통해 똑같은 물리적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실험 결과도 제시되고 있는데, 페이스북 이용을 자제하려고 할 경우, 유혹을 느낄 때마다 “난 페이스북 하면 안 돼” 또는 “난 페이스북 안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별 차이 없는 듯 들릴지라도 사실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 행동을 연구하는 버네사 패트릭(Vanessa Patrick)과 헨리크 핵트베트(Henrik Hagtvedt)가 행한 실험을 보면,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기나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 같은 장기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건강 관련 목표를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역경에 부딪히면 유혹을 뿌리치는 다짐을 하라고 했습니다. 한 집단에게는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운동을 해야 할 때 “난 운동을 빼먹으면 안 돼”라고 다짐하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난 운동을 안 빼먹어”라고 다짐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열흘 뒤 여성들은 실험실을 다시 찾아 진행 상황을 보고했는데, ‘빼먹으면 안 돼’라고 다짐한 집단에서 운동을 지속한 비율은 겨우 10%였던 반면, ‘안 빼먹어’라고 다짐한 집단의 운동 지속 비율은 80%나 됐다고 합니다. 즉, 자신이 외부의 힘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다고 느끼게 하는 언어보다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언어가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결론입니다.

  이 책의 3장은 중독을 끊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처음 소개되는 방법은 중독의 싹을 자르라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새로운 습관과 환경을 만들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중독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라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뇌 신경 회로 이상, 또는 나약하고 타락한 성향이 중독을 부른다고 믿었지만, 실험 결과 동물들은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전기 충격에 식음을 전폐하고 매달렸고, 쾌락을 주는 조건이나 환경이 제거되면 더는 중독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질이나 행위 자체는 중독성이 없다는 게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입니다. 마약이나 도박,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가 외로움과 무료함, 고통을 달래 주고 희열과 위안을 준다는 사실을 ‘학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중독, 벗어 날 수 있습니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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