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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파는 커피점 카페모아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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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파는 커피점 카페모아
 
현정희(시각장애인 바리스타)
 
까맣고 긴 바리스타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머신 앞에서 커피를 내리는 멋진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눈을 감고, 마치 현실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난 정말 바리스타가 되었다.
 
처음 여성 시각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모아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정말 가슴이 벅차고 설렜다.

커피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직업을 향한 나의 첫 도전이었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커피바리스타양성과정을 통해 교육받고 연습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하고 바리스타로서 처음 카페를 오픈하던 날, 많은 분들이 축하와 격려를 해주셨고 큰 관심을 가져 주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카페를 첫 오픈하던 그 날을 생각하면 얼마나 흥분되고 긴장되는지, 지금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 같다. 바리스타로서 나의 도전은 생각했던 대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인해 당황스럽기도 하며 또 즐겁기도 하다. 가게를 운영 중인 지금도 나는 여전히 배움과 훈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에스프레소를 뽑아내고 베리에이션메뉴를 만드는 일은 내게 있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커피를 디자인해서 작품을 만드는 느낌이랄까! 커피 한 잔은 정말 내게 있어선 작품이나 매한가지다. 에스프레소라는 기본 메뉴 위에 우유와 여러 가지 소스를 토핑하고 예쁘게 장식을 하는 일은 마치 생얼 미인의 얼굴에 화려한 메이크업을 입히는 느낌 같기도 하다. 하얀 도화지 위에 쓱쓱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의 마음, 그것과 같다고 표현해야 할까?

카페모카 위에 띄운 하얀 휘핑크림은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 같고 새하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 같기도 하다. 푸른 하늘 위에 둥실 솟아난 뭉게구름이나,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솜사탕 같기도 하다. 이렇듯 커피는 내게 매번 색다르고 다양한 감동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모아는 나의 작업실인 동시에 여러 인연들과 만나 그들에게 나눔을 파는 가게다.

바 안에서 고객들의 웃음소리,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소리, 내가 만든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

“아! 여기 커피 정말 맛있네요.”라고 말씀해주시는 고객의 한 마디에 느끼는 감사의 마음과 보람은 실로 크다. 또 한 사란의 바리스타로서 점차 숙달돼가는 내 모습에 순간순간 뿌듯해지기도 한다.

이제 고작 한 걸음을 내디딘 것뿐인지도 모른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나는 기대한다. 커피 바리스타로서 한 열 걸음쯤 발전한 내 모습을.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장애인들도 자신의 꿈이 있다며 도전에 주저하지 말고 바로 지금, 시작했으면 좋겠다.

시작하지 않아서 이뤄지지 않는 일은 있어도, 정말 바라고 소원하고 기도하며 노력할 때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훈련을 거듭해 충분한 역량을 지닌 멋진 바리스타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바리스타 양성 교육 과정 중 교육을 도와주신 실로암복지관 여러 선생님들, 커피문화원 바리스타 학원 선생님들, 지금도 카페모아를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많은 분들, 끝으로 나를 정말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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