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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신 하게 할 것, 강요하는 대신 필요하게 할 것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꿈꾸며(2)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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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신 하게 할 것, 강요하는 대신 필요하게 할 것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꿈꾸며(2)

조원석(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현재 대학교에서 여섯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고, 불과 두 학기만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나 역시 여느 대학생들과 같은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기에 이 기사를 통해 시청각중복장애인인 내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경제활동과 국가의 장애인고용정책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시청각중복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맞춤형 복지서비스나 적절한 교육지원은 받지 못했기에 이에 대해 짚어보고 싶다.

장애인의 자립과 경제활동 지원은 실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늘어나는 실업과 치열한 취업난으로 많은 청년들이 고통 받는 사회에서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업종에 종사하여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의 제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되고, 이 법에 따라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및 공단이 만들어져 장애인고용에 관한 재원과 행정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법률의 본래 제정 목표인 장애인의 고용 활성화를 통한 자립생활과 경제적 문제 해결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정률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고용지원금과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사업주에게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징수한다는 법 내용에 따라 실제로 법의 적용대상인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지급과 징수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법률이 법적으로 효력을 지닌 법률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경제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헤아리지 않고, 법적 강제성을 내세워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기`보다는 `해결하려` 든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본래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장애인을 장애인고용부담금 징수가 두려워서 또는 고용지원금과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 고용한다면, 이는 장애인을 방어 수단이나 이용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일 뿐 진정한 피고용인이자 회사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용을 통한 복지로 장애인의 행복을 기대효과로 제정한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 오히려 장애인을 두 번 울게 만들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 말고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으로 미국의 재활국(Department Of Rehabilitation: DOR)이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소개했던 미국 연수에서 재활국의 관계자인 수잔(Suzanne Tierney)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활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재활국은 한국의 고용노동부 소속 정부기관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특정기간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업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동일한 서비스를 지원하면서도 장애특성에 따라서는 지원방법에 차이를 둔다. 또한 필요할 경우 재활국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관련 기관을 연계해 주기도 한다. 서비스지원 내용이 서울시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과 유사한 면이 여럿 있으나, 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선 재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어느 유형이든 하나 이상의 장애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직원보다 높은 급여와 지위 등 대우가 좋기 때문에 각종 장애 전문가가 많은 만큼 장애인의 취업지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법적 강제성으로만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장애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적합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자립생활과 경제적 문제는 장애 유무를 떠나서 인간 사회에서 서로 얽히고 설키는 `관계`속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특정 대상에 강제적 힘을 가하기보다는 상호 협력적이고 보완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환경을 생각했을 때, 좁게는 경제활동에서 넓게는 사회 활동 전체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도 각종 활동에 참여시키기보다는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 또한 장애인 취업 및 고용 지원의 첫 단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하는 대신 원하게 만드는 소위 마케팅 전략처럼 말이다.

점차 많은 장애인들이 고학력을 취득하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학력을 취득하거나 각종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을 보며 대단한 사람 혹은 특별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듯하다. 대단함과 특별함, 그것의 부정적 표현은 이질감과 낯섦이다. 장애인은 사회의 흐름에 뒤쳐지지도 앞서 나가지도 않는 적당한 속도, 다름 아닌 `평범해지기`를 원한다. 비장애인 중에는 고학력을 취득하거나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장애인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그 아이러니한 인식이 장애 당사자에게는 때때로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사회 환경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어 장애인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비장애인이 이룬 만큼이 될 수 있으며, 더 고된 노력을 했음에도 그것조차 ‘장애’에 가려져 버리는 현실에 대하여 호소할 곳도 입장을 표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을 때의 심정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취업뿐 아니라 장애인의 삶 전반에서도 지원받아야 마땅한 부분도 지원받지 못해 노력으로 대신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남들의 눈에는 어느새 대단하거나 특별한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이러한 유쾌하지 않은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장애인도 평범해질 수 있도록 그들의 생애 전반, 특히 대표적인 사회적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서 이들이 느끼는 부족함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족함이 채워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연수기간 동안 내 장애를 이해하고 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팀원들처럼 말이다.

※ 본 기사는 『웹진 통(通)』 제68호에 이어져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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