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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부방으로 오세요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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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부방으로 오세요

황성욱(통통기자단)
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는 멀어보이다가 살금살금 다가와 야금야금 시간을 먹어치우더니 어느새 우리네 삶에 진득하니 퍼지고 있다. 매년 그렇듯 2017년에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가지치기를 해서 흐릿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2년 전부터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장애인 평생교육원’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고, 그 단어에 매료될 즈음 나는 대표교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서둘러 단체명 공모에 들어갔고 ‘꿈꾸는 사람들 장애인 평생교육원’ 이라는 명칭 앞에 도달했다. 성인장애인의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노동, 정치, 사회, 문화, 경제활동 등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단체의 목적.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준비하는 이들의 열정 앞에 이렇다 할 내색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운영위원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단체 목적의 구체화에 들어갔지만 걸리는 건 언제나 시간과 돈이었다. 마무리되지 못하고 시간 때문에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회의, 회의에 지친 나머지 하나 둘 운영위원에서 떠나는 사람들,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했다. 그 때 계획된 것이 장애인 공부방 장소 마련을 위한 하루주점이었다. 티켓 판매를 위해 광주에 있는 장애인 센터들을 방문하면서 이렇게 많은 장애인 센터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역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그들이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하루주점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절반의 성공을 남긴 채 끝이 났다. 건물 한 칸 임대에 만족해야 했지만 주변의 특별후원과 재능기부 덕에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수업 기자재를 갖추는 등 그럴싸한 모습으로 개소식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격려를 해 주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로 활동에 임하자는 뜻을 두었다.

 

하지만 개소식 이후 아무도 공부방을 찾아주지 않았다. 또 다른 것이 필요했다. 공부방에서는 내년에 하려고 계획해 둔 강좌 두 개를 시범수업 삼아 개설했고, 대외적으로는 단체를 알리기 위해 지역복지관을 빌려 마을 특별 강연회를 시작했다. 몇 안 되는 사람이 모였지만 우리를 알린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래도 처음 단체를 시작할 때 생각만 했던 일들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시범 강좌를 개설하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SNS를 통해 알렸지만 홍보부족 때문에 시범수업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생각건대 ‘이제 신생단체, 너희들이 뭣 하겠어?’ 하는 선입견도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본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구전을 통해 우리 공부방을 알게 된 새로운 얼굴들이 강의를 들으러 왔고, 2017년 정식 개교를 앞 둔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시범수업 기간이 종료되고 매주 화요일 저녁시간 수업을 진행할 교사들이 모여 학사 일정을 짜고 수업 시간표를 점검하고 빈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또 지역 우체국에서 받은 특별 후원금으로 하얀 벽으로 삭막했던 공간에 책장을 만들고 내부 수리를 하는 등 개교 일정에 맞춘 환경 정리를 시작했다. 시범 수업 때 홍보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단체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하였기에 공부방 개교 홍보 프랑도 마을 곳곳에 걸어두고 홍보 웹자보는 지역 장애인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지인을 통해 지역신문 한 꼭지에 우리 공부방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함께 공부할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제 학생들이 공부방까지 연결된 경사로를 올라오는 일만 남았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첫 개교니 만큼 이제 그동안 준비한 것을 하나 둘 공부방 여백에 채워 넣어야 한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쌓인 벌판에 조심히 발자국 하나를 찍을 때란 말이다.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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