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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이 있는 인클루시브 패션쇼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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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이 있는 인클루시브 패션쇼

박관찬(통통기자단)
진정한 행복이 있는 인클루시브 패션쇼 이미지

한복,

  우리나라의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의상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 공연 등에서 한복 패션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이 담긴 이유로, 또는 ‘고전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한복은 입기 불편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필자도 아주 어렸을 때 한복을 입어본 뒤로 거의 입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요즘 경복궁이나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복을 그렇게 불편하게만 생각하던 필자에게 지난 “인클루시브 아우름 프로젝트 패션쇼”는 정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패션쇼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8 장애인문화예술축제 A+festival”의 한 파트로, 한복이 불편하고 어려운 의상이 아니라는, 특히 장애인에게도 편한 착용감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자리였다.
  어쩌면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은 한복을 착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마련이다. 한복의 앞과 뒤 구분이 쉽지 않고, 저고리나 치마의 끈으로 묶는 형식은 장애인 혼자 입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모델로 한복을 입고 무대 위에 서면서 그 틀을 깰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시청각장애인, 다운증후군, 뇌병변장애인 등 다양한 분들이 모델로 등장하여 그 장애의 유형과 특성에 맞게 제작된 한복을 선보였다.
  이번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하기 위해 받은 한복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끼의 뒤에 점자 자수가 있다는 점이다. 옷의 구성이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한복의 뒷부분에 점자 자수를 넣어 시각장애인이 한복의 앞과 뒤를 구분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그 한복을 착용한 모델의 뒷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게 점자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빨간색이 조끼의 색상으로 디자인되어서인지 더욱 편안한 착용감을 안겨 주었다.
  휠체어를 타는 뇌병변 장애인이 착용한 한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여성 모델은 치마가 아닌 바지를 착용하고 무대에 섰는데,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었다. 그냥 의상도 아닌 한복이라면 ‘여성=치마’라고 못이 박혀있을 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틀을 깨고 한복의 기풍과 멋을 유지하면서 장애인이 편하게 착용하고 핏도 잘 살려 주었다.
  특히 여성은 한복을 입을 때 속치마부터 저고리, 치마를 입고 끈으로 묶는 등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에서 여성도 바지 한복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레스를 한복화하고 끈으로 고정하지 않고 지퍼로 편리하게 장애인이 쉽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진정한 행복이 있는 인클루시브 패션쇼 이미지

  처음엔 무대에 ‘혼자’ 나가서 워킹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비장애인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그것도 시각장애인 컨셉. 어쩌면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아우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함께 워킹을 통해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의 보행 지원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고, 패션쇼를 관람하는 분들에게 장애인도 한복을 입을 수 있고 모델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 컨셉은 시각장애인(필자)이 비장애인의 팔을 잡고 보행 지원을 받으며 함께 워킹을 하는 무대로 꾸며져 있었다. TV 패션쇼를 보면 모델들의 워킹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무대 위로 씩씩하게 걸어 나와서 관람객들에게 그 모델만의 포즈를 취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워킹을 선택했다. 레드카펫에서 톰 크루즈 아저씨만의 워킹법인 ‘달음박질’처럼 우리는 우리만의 워킹을 통해 우리의 개성과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워킹보다는 한복의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여유가 있고 편안한 워킹으로, 또 시각장애인의 보폭을 맞추는 워킹으로, 한복의 디자인을 관람하는 분들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워킹을 했다. 그런 워킹을 통해 무대 위로 자연스럽게 나온 뒤, 뒤돌아섰을 때 한복 뒤에 있는 점자 자수가 관람객들에게 반전의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춘 모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패션쇼를 준비한 시간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함께’ 무대에 서는 만큼 워킹은 어떻게 할지, 무대 중앙에 나와서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야 하는 타이밍이나 무대에서 퇴장하기 전 돌아서서 다시 손을 흔들 타이밍에 어떻게 신호를 보낼지, 워킹의 시작과 끝맺음은 어떻게 할지 등 세세하게 대화를 나누며 조금이나마 부담을 내려놓으며 준비할 수 있었다.
  필자와 함께 무대에 선 모델은 “평소에도 장애인은 그냥 다른 점이 있고 조금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라며 “이번 패션쇼에 참여하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다는 데에, 장애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고 했다.
  그래서 이번 패션쇼는 참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 당사자가 모델로 한복을 착용하는 것부터 비장애인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아우름’과 ‘함께’를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한복, 모델, 패션쇼라는 어쩌면 장애인에게는 거리가 있고, 어울리지 않게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언급한 ‘여성=치마’의 틀에서도 벗어나듯이 패션쇼는 그 이름만큼이나 멋진 ‘틀 깨기’가 아닐까 ?

  이번 장애인예술문화축제를 통해 모델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장애인 인재를 많이 발굴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이 축제에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지만,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분명 그에게 내재된 능력이나 역량,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나아가 ‘장애’라는 타이틀을 내걸지 않고도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함께 예술축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소망해본다.
  패션쇼에 함께 참가한 발달장애가 있는 소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가진 소년, 한복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모른다. 기라성 같은 모델들 속에서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며 손을 흔드는 소년의 미소, 그 소년의 미소를 바라보는 우리들,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

그 행복이 ‘인클루시브 아우름 프로젝트 패션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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