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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의 출발점을 찾아서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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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의 출발점을 찾아서

안주희(통통기자단, ahha37@naver.com)

 

  지난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시민의 복지의식 향상과 자발적인 기부문화 형성을 위한 〈시민나눔문화축제〉로 이날 축제는 제19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과 시민나눔걷기대회, 사회복지 역사전시, 사회복지홍보부스, 어울림마당, 나눔바자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만약에 ~라면 어땠을까?’란 문구로 장애를 입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부스, 장애인 보조기기 체험, 지체/시각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교통약자 체험을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불편함을 비장애인들이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체험부스가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고 경험해 볼 수 없는 체험이라 장애의 불편함을 깨닫고 장애인을 이해하며 왜 배려가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에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식개선’의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사람은 같은 상황을 겪어보면 이해와 공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또한 그랬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기 전까지 ‘장애’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로의 갓길로 다니는 분들을 볼 때면 ‘인도로 다니시지 왜 위험한 도로로 다니시는 걸까‘란 생각을 하곤 했는데 장애를 입고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니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에 백번 공감이 갔다. 보도블록이 잘 깔려진 인도 같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울퉁불퉁한 부분들이 있어 그 충격이 온 몸으로 전달되고 경사가 있거나 길에 전봇대, 봉을 세워 둔 곳들이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는 난감한 경우도 있다. 차라리 도로로 다니는 편이 낫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뿐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갈만한 음식점, 미용실, 병원 등도 찾기 힘들더라..
  생활환경의 제약도 제약이지만 사회의 편견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외부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면 시선을 회피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젊은 사람이 안됐다며 애처롭게 보거나 어쩌다 그랬냐고 묻는 어르신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등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러웠다. ‘나는 그냥 나’였는데 참 낯설고 묘한 이 분위기는 나를 움츠러들게 했고 이방인이 된 것같이 느끼게 했다. ‘이것이 편견인 것인가..’ 그제야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편견은 ‘나를 나’로 여기지 못하게 하고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게 한다는 사실을, ‘장애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다치기 전, 나도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그러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했다.
  이렇게 장애를 얻고 나서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활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민해보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말이다. 그 출발점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싶었다. 사회가 변화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먼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도와줘야하는 사람’으로 여겼던 사람들의 인식 속엔 ‘몸이 불편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을 줘야한다’란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애로 활동할 수 없다고 여기는 인식’이 우리 사회를 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이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 생각한다면, 사회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어떤 도움을 줘야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이며 고민의 결과물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 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고 후, 병원생활을 통해 다양한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서 선천적으로 뇌성마비를 안고 살아온 친구를 알게 됐다. 그녀와 같은 병실에서 지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넘치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고 역경을 극복하고 홀로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 친구가 존경스러웠다. 현재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장애가 덜해서 활동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중증장애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있고 이는 장애를 뒷받침해줄 보조기기와 주변의 도움이 있다면 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열악한 사회 분위기, 장애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이 장애인들의 ‘활동의지’ 뿐 아니라 ‘삶의의지’마저 꺽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은 그냥 장애가 있는 사람일뿐 낯선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장애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는 멋지고 존경할만한 존재다.
  바라기는 장애인들을 단 한 번이라도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사회이기를, 그래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인식개선을 통해 장애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 그들이 하고자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돕고 기계적 배려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장애인식개선의 출발점을 찾아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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