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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합니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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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합니다

박관찬(통통기자단, p306kc@naver.com)

 

  현재 우리는 전자정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할 수 있는 요즘, 많은 것을 간단하고 간소하게, 그리고 편리하고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기보다 터치 몇 번으로 해결하고, 열쇠로 문을 열기보다 전자도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전자’를 생활의 여러 면에 적용하고 있는데, 과연 모든 사람들이 그 시스템의 목적과 취지만큼 편리하게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이 사회의 구성원에 당연히 포함되는 장애인만큼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젠 대부분의 음식점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직접 주문을 받기보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시스템이 많아졌습니다. 이 키오스크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장애인에게도 많은 불편함을 줍니다.
  시각장애인 중 전맹인 경우는 전혀 보지 못하기에 터치 자체를 하기 어렵고, 저시력인 경우에도 키오스크의 글씨나 숫자 등을 제대로 보는 데에 비시각장애인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키오스크에 터치를 하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 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키오스크의 높이가 너무 높으면 역시 혼자서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키오스크가 비장애인이 편리하자고 하는 쪽에 가깝다면, 장애인을 위한 것은 편의시설과 유니버셜 디자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을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주차장에는 장애인 주차공간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그곳이 장애인 주차장이라는 것을 장애인 마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차량이 주차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장애인 주차공간에 다른 짐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랬다가 정작 장애인 차량이 그곳에 주차를 해야할 경우 많은 불편함이 발생하게 됩니다.
장애인주차장 이미지

  어느 운동경기장 내부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에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용하는 커다란 쓰레기통이 놓여 있습니다. 정말 큰 쓰레기통이 장애인 화장실 내부에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화장실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불편하게 됩니다.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도구를 두는 공간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잘못된 인식이 허다합니다.
  미국 버클리에는 로버츠 캠퍼스(E’d Roberts Campus)가 있습니다. 이곳은 필자가 지금까지 보았던 유니버셜 디자인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는 곳입니다.
  보행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데, 이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엘리베이터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버츠 캠퍼스는 엘리베이터는 물론,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캠퍼스 내부 홀 중앙에 경사로가 있습니다. 1층부터 가장 윗층까지 경사로를 빙빙 돌려서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도록 디자인해놓았습니다.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그 경사로로 힘들지 않게 올라가면서 각 층을 구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하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이 경사로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건물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 이미지
출처: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

  또 엘리베이터는 문을 열기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이 손으로 누르는 버튼 외에도 그 버튼 아래에 버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손이 아닌 발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입니다. 이 디자인 역시 장애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스템과 구조라면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해집니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이용하고 혜택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도 그 시스템이 어떤 점이 불편한지 등을 파악한다면 모두가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자정부 시대에서 편리해지는 시스템에 장애인이 역행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편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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