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둘러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둘러寶記(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여자라서 행복해요.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첨부파일

여자라서 행복해요.

이명주(통통기자단,joojoo7910@naver.com)

 

  허벅지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활동지원 선생님의 땀방울에 의지하여 입고 나면, 피부에 맞는 비누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한다.
"선생님, 이쪽이 덜 됐어요."
"여기 좀 더 진하게 칠해주세요."
전신을 쓸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라고 해서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의지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이기 전에 여자라고!

  나는 옷 욕심이 많다. 어릴 적 엄마가 사준 옷으로 입기 시작하면서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내 의지대로 옷을 사 입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많이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예쁜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하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한 공상에 빠지기도 했다. 스무 살이 넘고 우연한 계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겉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입던 티 쪼가리에 다 늘어진 운동복 바지를 입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내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청바지를 입어야 하고, 블라우스나, 단정한 윗옷을 색상에 맞춰 입어야 함을. 그때부터 돈이 생기면 옷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머리를 했다. 그렇게 버리고, 사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 중에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갔고, 어디를 가면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겨울이었다. 코트가 유행하던 시기 나 또한 코트를 입고 싶었기에 거금을 들여 구입을 했고, 복지관에 갈 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무겁고 딱딱한 재질로 불편하다 못해 몸이 너무 힘들었다. 활동지원사와 화장실을 해결하면서 옷매무새를 새롭게 고치며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난 울음을 참지 못해 엉엉 울었고, 겨울날 진땀을 흘리며 옷을 입혀주던 활동보조사 선생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마도 그때 이런 심정으로 울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여잔데, 예쁜 옷을 입고, 어여쁜 모습으로 친절하게 웃어주며 다니고 싶은데, 난 왜 옷 하나 입을 때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여성장애인에게는 입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억울함이 다 있을 것이다.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장애인이라는 이중 차별 및 잘못된 인식으로 중증 여성장애인의 삶은 아픔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삶의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장애라는 틀에 박혀 여성으로의 삶을 포기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세상이 말하는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도 아니며, 뛰어나게 아름다운 얼굴도 아니지만. 또 지극히 여성스러운 성격도 아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임을 말하고 싶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여성장애인들 동등한 인권이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자! 모든 여성장애인 파이팅!
 
여자라서 행복해요. 이미지
다음글 친척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입장
이전글 장애인등급제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