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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작성자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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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정의정(통통기자단,lovelygirl76@nate.com)

 

한 생명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이미지

  나의 반려견 온기는 현재 15살이며 만성신부전에 만성간염까지 앓고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신장이 두 개라 하나가 나빠지면 남은 하나가, 안되면 혈액투석에 신장이식까지도 해볼 수 있지만, 개의 경우에는 하나뿐인 신장이 나빠지면 손쓸 수 없다. 그저 그 상태를 유지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온기는 작년 12월에 발병하여 나의 무지와 수의사의 편견으로 초기대응을 잘못해서 만성으로 넘어갔고 한때는 한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을 정도로 병세는 심각했다. 한 달이니까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보자 다짐을 하고 내 생활은 포기하고 온기에게 집중했고 그 결과는 8개월째 살고 있다.

  온기는 나에게 경제적인 독립을 한 후에 온전히 내 힘으로 보살핀 반려견이다. 그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사회초년생에게 집이 좋을 리 없고 방음이 안 되니 시끄럽다고 민원도 많이 받았고 집을 구하기도 힘들었으며, 심지어는 온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15년을 버텨온 아이기에 온기는 나에게 가족과 버금가는 존재가 되었다.

  만성신부전은 관리가 잘되면 보통 1년 최고 2~3년의 기간이 남아있는 불치병이다. 아무래도 혈액 관련 병이다 보니 간이나 심장이 나빠지기 쉽고 노령견이 많다 보니 다른 장기들의 동반약화가 와서 죽음을 맞게 된다.
현재 온기는 만성간염까지 겹친 상태이지만 식욕도 있고 관련 수치들도 좋은 편이다.
다른 보호자들도 자신의 금전과 시간을 쏟아부어 살리고자 할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온기는 내 노력의 곱절은 잘 버텨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온기는 매달 한두 번은 혈액검사를 하고 하루 4봉의 약과 처방 사료와 처방 간식을 줘야 한다. 처방 약이나 건강보조제들은 보험적용이 안 되고 혈액검사는 항목 당 만원 꼴, 보통 5개 이상 봐야 하며 처방 식품들은 외국산이나 병원에서만 판매해서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택근무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온기가 먹는 약들이 노폐물배출이 주된 효능이다 보니 복용법이 까다로워 일하고 내 밥 챙겨 먹고 약 먹이고 밥 먹이다 보면 하루가 끝날 정도이다.

  장애도 있고 수입도 겨우 혼자 살 정도로 버는 내가 한낱 개 때문에 이러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남은 건 죽음뿐인 이 늙고 병든 개에게 말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온기를 보내고 나면 펫로스 증후군 때문에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한 생명의 무게를 책임져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온기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만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은 하루하루 후회가 없게 최선을 다해 살 생각이다. 웬만하면 더는 안 아프고 편안하게 온기가 그리고 내가 행복한 기억만 가득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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