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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인생의 은퇴가 아닌 2막의 시작이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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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인생의 은퇴가 아닌 2막의 시작이다


문순례 (Jw art awards 우수상)

 


  지난 10월 마지막 날, 대학로에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이번 공모전에 같이 응모한 친구로부터 제가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5명이 모인 이들 가운데 입선한 친구도 2명이나 있어 서로 축하해주는 즐거운 모임이 되었네요. 5년 전부터 연필스케치부터 취미활동의 하나로 가볍게 시작하였고 그간 수채화, 아크릴, 유화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하면서 했던 작품을 올해 처음 공모전에 내보았는데 큰 상을 수상하게 되니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10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1급 장애인이 되어 약 2년간의 재활병원 생활을 하고 퇴원하자마자 저에게 발병된 골육종이란 암으로 같은 지체장애인이 된 안타까운 상황에 좌절하기도 했었습니다.
공대를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던 남편이 직장생활 십여 년 만에 공조 분야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폐업하고 집도 경매로 넘어가는 등 어려운 상황에 새로운 일을 계획하던 중, 사고로 건강마저 잃으니 그때 대학교 1학년인 딸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 치매를 앓고 계신 시아버님 등 남편 대신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로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 병원과 기숙사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같이 만나면 각자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충실 하자고 다짐했었습니다. 이제 딸이 간호대학을 졸업하여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아들도 군대를 다녀와 공대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각자 자리에서 충실하자고 우리 부부가 같이 시작한 취미활동이 많은데, 수녀님의 권유로 시작한 오카리나는 배운지 5년 정도 되어 성당에서 연주 봉사를 하고 있고, 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사진반동아리도 3년째 하면서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결과도 있고, 론볼이란 종목으로 전국장애인 체전에도 부부가 나가 남편이 은메달을 두 번이나 따는 좋은 결과를 냈었습니다. 저는 체전참가에만 의미를 두었지만요. 또한 5년 전부터 미술 프로그램도 같이하고 있는데 이번 Jw art awards에 동아리에서 4명이 응모하여 모두 수상하니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술은 다른 취미보다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같이 모여서하기도 하고 늦은 밤 조용한 시간에 집에서 혼자 작업하기도 하는 등 좀 더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노력에 인정을 조금은 받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학창시절에는 취미가 없던 생경한 분야에 나이 들고 병들어 장애인이 되고 나서 시간 보내기 일환으로 시작한 미술작업을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꼈는데 거기에 우수상까지 받고 보니, 장애인이 되어 이대로 사회로부터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될 만큼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취미 활동에 열심인 엄마 모습에 딸은 욜로족 같다고 놀리기도 하고, 친구들은 남들보다 먼저 명퇴를 당했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인생 2막을 멋지게 살고 있다고 축하해 줍니다.
어제는 장미꽃 나무 아래 서 있는 예쁜 딸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또 행운의 해바라기를 그려달라는 지인도 있고요.
지금 이 시간,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그림그리기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신 중외학술복지재단 측에 감사드립니다.
 
장애는 인생의 은퇴가 아닌 2막의 시작이다 이미지 1< 문순례 수상작 Comfort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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