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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대학 생활
작성자 mg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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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대학 생활
윤미소(통통기자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농인들은 대학교에서 수업은 어떻게 듣는지, 대학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보통 그러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특히 일반 학교를 다녔던 농인들은 대학 진학에 거부감을 갖곤 한다.



농인의 경우 대학교에 입학 지원 시 일반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지원하면 대학입학에 있어 유리하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대학교가 아니라도 장애인 특별전형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교는 대부분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매 학기 마다 간담회를 하며 행사와 특별활동을 개최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을 만나기 쉽다. 시각장애, 심장장애, 지체장애, 언어장애 등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있으며 전체 장애학생 중에서 청각장애유형이 가장 많다. 학생은 모든 장애유형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청각장애 역시 마찬가지이다.

청각장애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인가?

청각장애의 경우, 다른 장애들에 비해 수업을 듣는 것이 무척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학교 측에서는 수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데, 이 지원은 대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대필 서비스 제도가 있다. 대필 서비스 제도는 재학생이 시급을 받고 도우미 학생이 되어 수업대필을 해주는 것이다. "도우미 학생"은 수업시간에 옆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수업내용을 적어나간다. 그 외의 지원에는 전문 속기사, 수화통역사, 원격속기 등등이 있는데 제공 받기는 어려운 편이다. 대필 서비스 제도의 도우미 학생들은 전문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 해보는 재학생도 있어서 실수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청각장애 학생은 어떻게 도움 받을지 본인이 확실하게 규정하고 도우미 학생들에게 잘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도우미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지원해야해서 어렵고 이 부분은 본인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도우미 학생들은 전문 속기사 못지않게 좋아질 수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보급하는 노트북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우미 학생들은 본인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학교 PC실에서 대여해야 한다. 노트북이 없으면 손 필기로 수업대필을 하는데, 말이 많은 수업에서는 빠르게 적어나가야 하므로 읽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웬만하면 노트북 대필이 나은 편이다. 도우미가 노트북 대필을 끝내면 한글 파일이나 워드 파일을 장애학생의 이메일로 보내준다. 보통 속기파일은 대체로 10페이지 안팎인데, 수업내용이 모두 필기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별도로 도우미 학생들에게 중요한 부분은 맨 위에 빨갛게 표시해달라고 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곁에 앉아 도와주는 도우미학생들도 사람과 사람의 교류, 관계이기 때문에 완전하지는 않다. 본인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도우미를 하러 오는 학생들의 경우는 준비성에 있어 허점이 있기도 하고, 도우미 학생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맞지 않고 틀어질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는 전문속기사가 멀리서 쳐주는 원격 속기가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미술대학처럼 개별상담형식이 있는 수업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도우미 학생이 더 좋다.

미술대학에서 농인

보통 농인들은 사회복지계열 외에도 미술계열에 많이 진학하는 편이어서 미술대학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술대학수업은 실기 위주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도우미 학생을 구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실기 위주의 수업이라도 도우미 학생을 구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친분이 있는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이 있더라도 이들은 중요한 것만 알려주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힘들다.

"제가 듣는 미술수업에서 매주 과제 일기를 작성해서 종강 때 내라고 하였습니다. 그 수업은 실기 위주여서 도우미 학생을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교수님이 하는 설명 같은 것은 말씀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료 학생이나 교수님에게 다시 물어보았었고, 동료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비평 시간은 알아듣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종강이 와서 모두 과제일기를 냈습니다. 제가 쓴 과제일기는 3페이지 분량이었는데, 동료 학생들은 책 한 권 분량을 스프링 제본으로 만들어 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때 저는 지난 수업동안 얻는 지식의 양에 있어 일반학생과의 차이를 확실히 비교할 수 있었고, 그 뒤로는 실기수업이라도 반드시 도우미 학생을 구합니다." (진희/20/동양화과)

마지막으로 대학교일지라도 보통 동료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농인 학생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편이다. 농인과의 첫 만남에서 그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대학교는 사회의 발판으로 볼 수 있어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사회진출의 발판으로서 연습하기에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당신 몫에 달려있다.

국내대학교의 장애학생 지원시스템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부족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며 충분히 수업을 듣기에는 지장이 없는 편이다. 도우미 학생들은 수업에서 농인 학생들이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이며, 적어도 농인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외롭게 하지는 않는다. 도우미 학생과의 관계맺음이 바로 사회진출의 초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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