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둘러寶記(보기)
휠체어를 타고 주왕산 무장애 탐방로를 거닐다 | |
---|---|
작성자 |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
첨부파일 | |
휠체어를 타고 주왕산 무장애 탐방로를 거닐다
안주희(통통기자단, ahha37@naver.com)
가을이 무르익어 가니 뉴스에선 전국 각지 단풍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올 해는 단풍이 얼마나 예쁠까? 단풍놀이는 어디로 가지?' 이맘때쯤이면 해마다 접하는 소식이지만 늘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늘 그랬듯 단풍드라이브 코스를 찾아본다. 그러다 재작년이었던가? 주왕산 무장애 탐방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언젠가 한번 가보리라 다짐하며 저장해 두었던 정보가 생각났다.
무장애 탐방로는 지형훼손을 피하고 과다한 시설이 되지 않도록 노면 폭 1.8m 이상, 평균경사도 8%인 장소를 선정, 보행자와 차량동선을 분리하고 계단과 보행 턱을 제거한 탐방로를 말하는데 주왕산은 단풍명소이자 무장애 탐방로가 잘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 할 수 있고 유모차, 휠체어 등을 끌고 둘러보기에도 무리가 없는 코스로 유명하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는 여러모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주왕산의 단풍시기에 맞춰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옆에서 나를 도와주시는 어머니께 추억이 될 만한 가을여행을 선물하고 싶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주왕산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일부러 평일을 택해 갔는데도 단풍명소라 그런지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다행히 장애인 주차구역에 자리가 있어 차를 세우고 등산로 길목을 따라갔다. 산나물, 약초, 청송 꿀 사과, 기념될 만한 물건들, 화려한 색감의 등산복을 차려 입고 오고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나에겐 스쳐지나가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주왕산 초입에 자리한 대전사로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주차장에서 보았던 바위였다. 독수리오형제를 떠오르게 했던 그 바위는 웅장한 모습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알고 보니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바위산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울산바위가 설악산을 대표한다면 주왕산의 얼굴은 바로 이 기암(旗巖·깃발바위)인 것이다. 대전사를 빠져나와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산 속을 걷고 있다니... 꿈만 같다.'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곱게 물든 단풍 숲도 일품이었지만 바위산이라 그런지 곳곳에 기이하게 생긴 암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 <대전사에서 본 주왕산의 얼굴, 기암(旗巖) / 떡을 찌는 시루와 비슷하게생겼다 하여 이름 붙은 시루봉>
감탄을 연발하며 걷다보니 '학소교'라는 돌다리에 이렀다. 이 돌다리를 건너 데크로드를 따라 올라가면 무장애 탐방로 끝자락, 용추폭포가 나오는데 이 길목이 가장 난코스였다. 힘들었던 구간이지만 뒤돌아서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용추폭포 지점까지, 이 길목은 그야말로 무장애 탐방로의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이다. 양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기암절벽 터널을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다. 더구나 휠체어를 타고 말이다. 뒤에서 묵묵히 휠체어를 밀어주던 동생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무장애 탐방로가 있기에 가능했던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감격에 감격을 더했다. 어느덧 용추폭포 물줄기가 보이자 사람들은 저마다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그들 사이로 보인 무장애 탐방로 종점 표시는 산행을 마무리 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려왔다. 정상에 오른 듯, 해냈다는 뿌듯함과 왠지 모를 아쉬움에 만감이 교차했다. 다행히 한 쪽에 휠체어, 유모차등이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있어 가을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 <용추폭포로 넘어가는 데크로드 구간(난코스) / 기암절벽이 장관인 무장애 탐방로 구간>
![]() <위에서 내려다 본 주왕산 기암절벽 / 무장애 탐방로 종점>
이제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무장애 탐방로를 이용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난 2010년부터 북한산 둘레길, 태안 해변 길을 시작으로 무장애 탐방로를 조성해왔고, 오는 2017년까지 20개 국립공원에 1곳 이상씩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은 겨울이 찾아와 여행이 힘들겠지만 매서운 한파와 싸우다 보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다. 봄이 오면 사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산으로 떠나보길 권한다. ○ 국립공원 무장애 탐방로 조성 현황(2015.04) (http://gaya.knps.or.kr/public/main/contents.do?menuNo=8000218) ○ 필자의 블로그에 남긴 주왕산 여행기 http://blog.naver.com/ahha37/220551795157 |
|
다음글 | 대학생의 특권, 인턴십으로 법원 체험기 |
이전글 | 농인의 대학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