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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나를 만들어가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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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나를 만들어가다
이성민(통통기자단)
어느덧 서른 세 번의 봄을 맞이하며, 봄볕으로 따스한 3월의 어느 날 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난히 발이 아프고 잘 걷지도 못해서 병원을 자주 다녔습니다. 하지만 다니는 병원마다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중학교를 입학해서 증상이 심해져 청주에서 제일 큰 병원을 찾았는데, 그때 근육병을 의심한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근육조직검사를 하게 되었고, 근육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 병은 근육병 중에서도 베커 타입으로 진행은 그렇게 빠르지는 않지만 서서히 걸을 수 없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 제가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 어머니의 요청으로 저에게 직접적으로 병의 진행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었지만 제 병은 진행형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꾸준히 다녔습니다. 어머니가 바빠 혼자 병원에 다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혼자라는 것이 두려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유였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항상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 병을 자세히 알게 되고, 그 후의 일도 알게 되었지만 슬퍼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지지 않지만 아무런 지각변동 없이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너무나도 일찍 철이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입학한 후 요리사의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대학을 가고 호텔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을 바래왔지만 역시나 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꿈이 없었습니다.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고등학교 졸업 무렵 아픈 몸이어도 할 수 있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작가였습니다. 저는 비록 이런 삶을 살지만 제 상상 속의 주인공들은 멋지고 당당한 삶을 살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충북 청원군 소재의 주성대학 문예창작과에 원서를 냈고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재학 중에 교내 방송국에서 활동을 하며 공부에 지친 학우들에게 정보 전달을 해주고, 감성을 깨워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폭 넓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에 나와 일산장애인능력개발원에서 생활했고, 수료 후 경비회사상황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근무를 하며 다양한 고객들의 성향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료직원들과는 일적인 면에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외적으로 저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 할 만큼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해주는 진심어린 태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육체의 나약함으로 힘들게 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관심에서 전해져 온 용기 덕분이었습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는 장애인의 취업, 문화·예술 활동, 삶의 질 향상, 직업적 역량강화입니다. 취업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있듯이 장애인 취업은 장애인의 경제적 안정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 지원으로 생계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연명만 할 뿐입니다. 사회적으로 약자이지만 질 높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고용을 위해 기업체의 의무고용을 늘리고, 필수적으로 장애인 직업교육을 추진하였으면 합니다. 장애인 취업이 늘어난다면,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삶의 질 향상, 직업적 역량강화는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면서 성격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외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건 좋지만 나쁜 것도 좋다고 할 정도로 성격이 좋지는 않습니다. 모나거나, 얍삽하거나, 둥글둥글하거나 하는 점들을 다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제가 내세우는 제 최대 장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 자신의 제일 큰 무기는 도전정신입니다. 완벽한 능력으로 도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 될 거라고 시작도 안 해보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 노래, 요리, 볼링, 당구, 펜싱, 배드민턴, 탁구 등을 배우고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다닌 직업학교에서는 PC정비사를 취득했고, 현재 일하는 곳에서는 역량강화의 일환으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렇게 관심 있는 것들은 많아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능력부재로 끝을 못 맺고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밀고 나갈 강단이 없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래도 글쓰기만큼은 내 꿈이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매진하고, 또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를 갖고 살아가면서 세상의 편견에 상처도 받았고, 제 자신이 느끼는 장애와 타인이 생각하는 장애의 차이에서 갈등도 겪었습니다. 사회가 조금만 긍정의 눈으로 장애인을 바라봐준다면, 선입견과 편견은 사라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막연히 가만히 앉아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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