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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전달하는 따뜻한 희망
작성자 장애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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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전달하는 따뜻한 희망

유아영(음악치료사)
카터스쿨(The Carter School)은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시에서 명성 높은 공립학교이다. 이곳에서 나는 음악치료팀의 일원으로 일했었다. 함께 일했던 리사는 카터스쿨의 음악치료팀 담당자였고, 필립은 카터스쿨의 중증장애학생들에게 적정한 치료세션을 배정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또한 필립은 위티어 스트릿 건강센터(Whittier Streer Health Center, 보스턴 부근 Roxbury시 소재)에서 표현예술치료의 담당자이기도 하였다. 카터스쿨에서 일했던 경험은 나에게 있어 자주 접할 수 없는 기회였고 그곳에서 일함으로써 스펙과 명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을 얻은 것 보다 음악이 전달하는 따뜻한 희망을 알게 된 것이 더 값졌다고 생각한다.

무더위 속에서 본 희망

내가 처음 카터스쿨에 출근했던 첫날은 엄청 더운 여름날이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받은 첫 인상은 시설들이 매우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필립은 학교의 모든 직원들이 매일 3~4시간을 청소한다고 했다. 다음날 수업을 위해 각 반의 특성에 맞게 방 구조를 새롭게 재배치해야하기 때문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청소는 쾌적한 교육 환경을 위한 교육자들의 헌신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교육자들의 열정이 전염되었는지,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들떠있었다.
학생들은 무더위를 뚫고 보스턴시의 여러 지역에서 특수 개조된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몇몇은 일대일 도우미만으로 충분했지만, 어떤 학생들의 경우에는 부모님들까지 동행했다. 누군가에게 일상인 등굣길이 이들에게는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하루의 유일한 야외활동이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어디로 이동을 했는지에 관한 공간적 이해가 있지만, 특정 학생들은 계속해서 꿈을 꾸는 상태로 본인들이 무엇을 하러 이곳에 왔는지, 심지어 이동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얼굴이었다. 선생님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와 학생들을 즐겁게 맞이했다.

음악에는 힘이 있다

학생들과 인사를 하는 동안, 학생의 개인 특성과 장애 유형에 대한 관찰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카터스쿨의 각 학급은 특정 장애유형별로 5명의 학생과 담당 교사, 2명의 보조교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각 학급의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12세에서 22세까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학급은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한 학급에 배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음악 치료 세션이 필요한지는 장애유형의 특성에 따라 학급별로 달라져야 했다.
첫 수업은 특수한 휠체어에 앉은 학생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각 학생들은 도우미들과 함께 세션에 참여하였다. 카터스쿨 음악치료팀 담당인 리사는 학생들을 정글 탐험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동물 소리와 과장된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두 개의 손가락만 사용할 수 있는 학생은 마라카(maraca)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 어떤 학생도 얼굴표정에 변화가 있거나 즐거움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조바심이 났다. 음악은 이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경험부족에 따른 것이었다. 리사는 이번 세션이 적극적인 참여와 후속 활동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성공적인 세션이라고 하였다. 매주 학생들과 세션을 함께하다보면 각 학생 특유의 표현 방법을 이해하게 되고 그 작은 몸짓에서도 치료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음악이 희망으로

다음 수업은 청각장애인 학급에서 진행됐다. 나도 기초적인 수화는 알았지만, 그들의 손동작이 워낙 빨라서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나는 리사처럼 봉고(bongo)를 쥐고 그녀의 리듬을 따라 학생들과 봉고를 치면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앞선 세션과는 달리 어떤 지시도 없었다. 나는 학생들의 손동작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단순히 치료사의 움직임을 따라하지 않고, 그들이 연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비록 귀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몸으로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학급에 있던 매튜(가명)는 세션이 끝난 다음에도 리사가 연주했던 리듬을 하나하나 기억할 만큼 음악적인 재능이 있는 학생이었다. 리사는 한 달 전에 그에게 보스턴에서 유명한 드럼연주자를 개인선생으로 소개시켜주었다고 한다. 매튜가 악보와 지시에 따라서 미리 곡의 흐름과 박자를 숙지만 한다면 그는 어떤 장르의 음악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재능은 한 장애인 학교의 작은 수업에서 발견된 것이다. 매튜는 방과 후 수업의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그 개인선생과 수업하고 있다고 했다. 리사는 매튜가 공부를 계속해서 프로 드럼연주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능이 기회를 만나다

나는 음악에 힘이 있다고 믿는다. 리듬과 선율을 쫓아 마음이 움직이고, 내 안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사라진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음악을 통해 직접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또한 합주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서로의 음을 조율함으로써 조화와 상생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회성이 향상되기도 한다. 음악은 매튜와 같이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마 지금쯤 매튜는 그의 재능을 귀중하게 여기는 전문가들 덕분에 이미 전문연주가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음악은 치료의 수단이 되기도 자아성취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나는 음악이 전하는 따뜻한 희망을 배웠다.

사진출처 : www.williamecarterschoo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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