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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여! 자신의 벽을 넘어라!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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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여! 자신의 벽을 넘어라!



전동성(자유기고가. 전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지체3급)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하루 사이 수백 mm가 쏟아져 서울을 비롯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특히 장애인 수용시설에도 물난리가 나 때아닌 어려운 피난소동을 빚었다고 한다.
천재지변은 장애인에겐 악몽과 같다. 만약 산사태 같은 급격한 피해라면 장애인에겐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성한 사람도 견디기 어려운 고난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그 환난의 결과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만약 장애인에게도 수퍼맨 같은 힘이 있다면? 물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정이란 것도 할 수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는 인간에게 또 다른 힘을 준다고 한다. 만약 그런 힘을 얻을 수 있다면? 행복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현실사회에서는 판타지나 무협소설에서처럼 하늘을 날거나 공중을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노력하고 얻고자 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피와 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8월의 끝에 대구에서 세계육상 경기대회가 열린다. 그 가운데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이길 거부하는 사나이들이 세상을 향해 그 장애인의 ‘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오는 28일 달구벌에서 벌어지는 장애인 경기에 출전하는 ‘블레이드 러너’로 불리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가 바로 그이다. 400m 예선이 이날 열린다. 그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장애인 스프린터다. 장애인 종목은 비장애인에 비해 아주 복잡하다. 시각장애인과 절단장애인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으므로 한 종목이 장애 유형과 등급에 따라 세분된다. 양쪽 다리 무릎 아래가 없는 피스토리우스는 T43등급이다. 그는 이 등급에서 100m, 200m, 400m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장애 유형과 등급을 불문하면 100m와 200m는 시각장애 선수가, 400m 이상은 휠체어 선수가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휠체어 선수는 피스토리우스보다 중증 장애인이지만 바퀴의 힘을 빌리기 때문에 유리하다. 특히 장거리로 갈수록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800m를 넘어가면 비장애인 세계기록마저 뛰어넘는다. 마라톤의 경우 하일레 게브르 셀라시에(에티오피아)보다 40분 이상 빠르다.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장애인육상 400m에서는 휠체어 선수들의 기록이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20일 자신의 기록을 45초07로 앞당기며 휠체어 세계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가 대구에서 다시 기록을 경신하면 이 종목에서 휠체어를 넘어선 첫 번째 선수가 된다.폐막 전날인 9월 3일에는 휠체어육상 남자 400m(T53등급) 경기가 열린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에 요청해 마련한 이벤트다. 비록 맞대결은 아니지만 의족과 휠체어의 스피드 경쟁은 대구 대회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꿈나무들이 있다. 육상에도 수영에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싶은 예능부문에도 많은 장애인 꿈나무들이 있다.
수영은 재활치료에도 상당한 효력을 보인다. 사지와 정신의 재활에 특이할 만큼 효력이 있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특히 정신지체장애아의 경우 온몸의 혈액순환과 순간적인 정신력의 확장에 많은 치료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수영꿈나무 가운데 2009년 영국의 세계 장애인 수영 선수권 대회에 참가, 3개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김세진군(14) 등을 비롯해 많은 장애인 선수들이 있다. 김군은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딛고 그 대회에서 접영 50m와 150m, 자유영 200m 혼영 등
3개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또 50m 배영, 평영, 자유형과 25m 접영에서도 은메달을 따 모두 7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말 대단한 기량이었다.

인간은 움직여야 한다고 친한 한방의 벗이 전한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에서 그는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필요한 동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걷는 것이야말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몸속의 모든 것을 다시 정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영이나 육상만큼 좋은 처방도 없을 것이다.
지체장애나 정신장애 어린이에겐 꼭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움직인다는 것은 생명이 있다는 것이고, 또 살아가겠다는 신념이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수영이나 육상은 사실 큰 재력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쉬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어린이에겐 운동이란 자신 앞에 가로놓여 있는 ‘벽’을 깨는 일과 같다. 어린이 재활치료센터에서 볼 수 있는 공놀이 풀 같은 것도 사실 사지를 움직이게 하는 운동이다. 수영의 몸놀림을 재현해 굳어진 신경과 근육을 살리려는 것이다. 그걸 직접 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익히는 것이 수영이지만.

“움직여라, 움직여! 저기에 목표가 있다. 그리고 생각하도록 노력해라.”
왜 생각해야하지? 생각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면 알아듣겠지. 손끝을 움직이면서도 생각하고 발가락을 꼬물거리면서도 생각하고... 생각 속에 신경이 있고 신경 끝에 근육이 있다. 그 생각의 끝이 ‘벽’을 깨는 것이다.

장애어린이들, 움직이세요. 앞으로 앞으로 천천히, 그리고 갈수록 힘차게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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