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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유감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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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유감
 
 
 
전동성(자유기고가. 전 경향신문 편집 부국장)
 
 
인간은 숫자에 대한 궁금증이 강하다.
특히 자신과 관련된 생일이나 기념일 등은 기억하기 좋게 외우고 또 외운다. 그리고 살아가고 즐기는 데에 대한 날이라면 어김없이 기억한다. 수능이나 그와 관련한?몇일 등 이른바 D-day 같은 것들이다.
20111111…. 1백년에 한번만 있는 숫자이다. 원래 1111이란 11월11일을 뜻한다. 어느새 이날은 정체도 없이 빼빼로의 날이라 해서 젊은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날이 되었다. 궁금증과 이를 위해 앞뒤를 안 가리는 청소년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 날은 분명 몇 개의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 농어민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등등. 오히려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상술이 이런 날들을 저만치 밀어내어 이제는 그런 날들이 지켜지지도 않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느낌이다.
지체장애인이나 농어민들은 어쩌면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 뭐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절 수 없다.
11이란 본래 속말로 ‘내 자가용’이란 은어로도 쓰였다. 승용차 붐이 일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자가용차를 장만하는 바람에 차가 없는 사람들이 그걸 감싸려 나도 “자가용 있어”하면서 튼튼한 두 다리를 자랑하면서 11호라는 은어를 내세우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 편리하고 든든한 자신의 ‘자가용’도 제대로 못 굴리는 사람들이 바로 지체장애인들이다.
 
 
 
 
 
 
 

난 2000년 지체장애인들의 홀로서기를 부축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일로 정한 것이 금년으로 12년을 맞았고 또 일부 대학생들은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서울에서 열기도 했다. 또 농어민의 날이라고 하며 일부 업체에서 ‘가래떡 데이’라는 행사도 마련해 홍보하기도 한다. 아무튼 빼빼로에 묻혀 올해도 지나가는 기념일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이를 잊지않고 있다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이 반가운 소식이다.
 
 
 
 
 
 
 

장애인들의 대표격인 이들 지체부자유인들도 요즘은 휠체어라는 문명의 이기로 두 다리 대신 두팔로 행동한다. 하긴 많이 나아지기도 했다. 전동이라는 이름이 붙어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이젠 지체부자유인 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애용한다.
하지만 아래쪽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은 사실상 정상생활을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들은 걸을 수 있다면 목발도 불사하지만 그나마도 못하면 정말 앉은뱅이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마을 속 그늘에서 살아야 한다. 장애인 복지의 참 뜻이라면 바로 그러한 분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빼빼로데이 유감이라니…. 사실 그렇다. 비록 정체불명의 어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청소년들이 즐기는 날이 되었으니 그걸 탓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나눔의 기쁨을 서로 이야기한다. 나누면 행복하고 즐겁다. 빼빼로에 나눔이라는 씨앗을 심는다면? “장애인=뻬빼로”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면? 바로 나눔의 공식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10대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빼빼로를 즐기는 사이 어느 덧 세모가 성큼 다가왔다. 거리에는 어느 틈에 반짝거리는 세모의 불빛들이 찬란하다. 곧 구세군 냄비도 거리에 등장할 것이다. 짤랑거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이 한 해를 보내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리라.
‘88만원세대’가 어느 새 ‘이팔백세대’로 변한 지금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있다고 한다. ‘대졸 초임이 88만원이니 20대 80퍼센트가 백수’라니 하는 가슴 아픈 ‘대명사’가 올 연말의 상징이 되어 버린 탓일까? 나눔은 소득과는 관계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숙자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눔은 마음이다. 바로 “나도 동참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한다.
빼빼로데이는 지났지만 내년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빌미로 이익을 챙긴다고 하면 나눔을 생각해 달라고 하고 싶다. 더욱이 지체장애인 가운데 절단장애인이 12만명에 이르지만 그들을 위한 지체의족지원을 위한 법령은 올해도 국회에서 계류되어 어쩌면 총선을 앞둔 내년을 넘긴다면 사문화될 처지에 놓여있다. 정치가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기업이 자신들의 영리만 계속 챙긴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만약 빼빼로 장사에 나선 그 제과회사가 그 수익의 얼마를 장애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면 우리 친구들이 홀로서기를 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내년 세모는 올보다 더 풍성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를 이 자리에서 머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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