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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공연예술접근성을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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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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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공연예술접근성을 말한다. 문 영민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 연극무대에 섰던 짧은 경험 덕에 나는 연극을 아주 좋아한다. 연극을 보기 위해 소극장 관객석에 앉으면, 오늘은 관객이 몇 명 왔을까 궁금해 하다 공연 직전 무대 뒤 검은 막을 몰래 열어보던 단원들, 하나의 장면을 멋지게 완성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렸던 연습실, 암전이 되면 무대 위에서 들리던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들이 떠오른다. 마치 다시 무대에 서 있는 듯하다. 종종 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기도 한다. 연극은 매일 무대가 조금씩 달라진다. 공연 중 어느 날인가 나는 무대 위에서 구두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배우의 수염이 떨어져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적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실수들, 그리고 매 공연마다 완성도를 더해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일이 즐겁다.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 연극을 보기 위해 소극장에 가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루에 수십 개의 연극이 올라오는 연극의 메카 대학로 소극장. 영화 관람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공연문화를 꽃피웠던 대학로 소극장은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이라 휠체어로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몇 년 전 내가 처음으로 대학로에 보러간 연극은 전석 매진으로 롱런하고 있다는 로맨틱 코미디 공연이었는데, 극장 내는 물론이고 매표소조차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어 ‘멘붕’했다. 때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지하철 역사 대부분에 엘리베이터가 놓여진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연극의 중심지인 대학로 한가운데에서 20대 중반의 나는 극장직원의 등에 업혀졌다. 휠체어로 내려가기 위험한 가파른 계단을 업혀 내려가서야 겨우 전석매진공연의 관객13 정도가 될 수 있었다. 대학로 대부분의 소극장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에 위치해 있고, 지상에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에도 관객석 높이확보를 위해 반계단을 만들어놓은 곳이 많다. ![]() 대학로의 ‘전형적인’ 소극장 관객석. 객석 선택은 물론이고, 공연장이나 매표소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출처 : 대학로 소극장 뮤디스홀)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이제 휠체어로 접근이 어렵지 않다. 모든 층이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었고 장애인 화장실도 잘 구비되어 있다. 물론 장애인‘남녀’화장실도 잘 구분되어 있다. (남자/여자/장애인 세 종류로 삼성(三性) 구분을 하는 이상한 나라의 화장실 앞에서 맞닥뜨린 황당함이란!) 영화관 내에 휠체어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다만 휠체어석은 맨 앞자리나 맨 뒷자리 중 한 곳뿐이다. 늑대소년 송중기의 얼굴을 극장 한가운데 자리에서 보고싶지만 휠체어에 앉아있는 한 내 자리는 언제나 고정석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나름대로 잘 구비된 영화관의 실상이 이러하다면 공연장은 말할 것도 없다. 대극장의 경우 관객석 뒤쪽의 빈 공간을 활용한(?) 휠체어석이 마련되어있다. 그러나 바로 내 눈앞에서 무대를 종횡 무진하는 배우들의 땀 냄새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나 같은 까다로운 장애인 관객에게는, 맨 뒷자리 장애인석도 역시 불평의 대상이다. 범위를 소극장까지 넓힌다면 휠체어석 확보는 더욱 요원하다. 이런 이유로 불가피하게도 내가 공연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항은 연극의 내용이나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라 공연장까지의 접근성이다. ‘전형적인’ 대학로 소극장은 휠체어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나는 기업체에서 새로 지은 공연장을 주로 찾곤 한다. 이런 공연장은 대학로 공연장보다 주차시설도 잘 마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두 번째로 중요하게 찾아보는 점은 공연장의 입구가 앞쪽에 위치하는지 뒤쪽에 위치하는지인데, 입구가 앞쪽에 위치한 공연장의 경우, 무대와 가까운 앞좌석이 비교적 휠체어로 접근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공연장 사진을 검색하고, 공연장에 전화를 해 편의시설을 확인한 후에야 공연의 내용과 배우에 대해 알아본다. 공연예술접근성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흥행한’ 한국영화에 한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이 제공된다지만 전석매진의 흥행 연극의 경우 이런 지원은 어림도 없다. 공연을 좋아하는 청각장애인 후배는 불가피하게 자막이 제공되는 외국 공연을 찾아본다고 한다. 외국극단의 내한공연은 티켓값이 아주 비싼 편인데, 한 번은 자막이 나온다는 비싼 프랑스 공연을 보러 갔더니 국내극단의 프랑스 번안공연이라 프랑스어 자막이 나왔다고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 관객이 청각장애인 관객보다 더 나은 지원을 받고 있다며 후배는 아주 씁쓸해했다. 또 다른 저시력장애인 친구는 시야가 좁아 주로 2인극 공연 밖에 볼 수 없다고 한다. 지난 9월 방귀희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이 추진했던 ‘장애인예술회관 건립안’이 무산되었다. 장애인예술회관 건립이 장애인의 예술활동과 문화향유에 실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을 여기에서는 차치하자. 다만 장애인이 보다 다양한 영역의 예술 활동에 접근하기 위한 예술 ‘공간’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일전에 공연을 좋아하는 장애인 친구들과 대학로공연장 장애인접근지도를 만들자는 작업을 계획했으나 ‘모델’로 삼을만한 공연장이 없어 무기한 연기되었다. 매표소와 공연장, 공연장 내에 어느 곳이든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하며, 시청각장애인이 제약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실제로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공간, 누구나 무대 위에서 쥴리엣과 햄릿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 이번 주말에도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가 무대 위를 바라보며, 나와 친구들이 그러한 공간 위에서 만들 또 다른 공연을 벅차도록 상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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