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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마음이 편한’ 서비스를 체감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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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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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마음이 편한’ 서비스를 체감하다 문 영민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 3박4일 홋카이도에 겨울휴가를 다녀왔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추위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따뜻한 정도였고 휠체어가 눈에 빠져 허우적댔던 작은 사건들을 제외하면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문대로 치즈와 우유 등 유제품은 맛있었고, 일본 제1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지방답게 해산물이 다양하고 신선해 입이 즐거운 여행이기도 했다. 여행은 고생하기 위해 떠난다고들 하지만 내게는 몸도 마음도 편한 여행이었다. 눈길을 제외하면 교통수단은 거의 계획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하코다테’ 같은 작은 항구도시 어디에서도 저상버스를 볼 수 있었고, 지하철을 이용하는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는 위험한 리프트 대신,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구비되어 있었다. 일본의 저상버스가 몇 퍼센트이고 일본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론 궁금했지만, 그보다 나는 3박4일의 짧은 여행 동안 일본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여행은 최근 스트레스로 ‘화병’에 시달리는 나의 힐링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요즘 사소한 일에 날을 세우고, 작은 부당함에도 크게 화를 낸다. 큰 원인 중 하나는 출퇴근 스트레스인 것 같다. 나는 아침저녁 약 3시간 정도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 거리도 거리지만, 얌체운전을 하는 차들 때문에 도로에 오르면 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다. 가끔 택시를 타면 몸은 편하지만, 스트레스는 더 심하다. 혼자 택시를 잡으려고 길에 서면 열에 여덟은 휠체어를 보고 지나친다. “쉬는 차다”, “허리가 아파서 휠체어를 못 싣는다”라고 말해주며 지나치는 택시는 그나마 친절한 편이다.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도 “왜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않고 일반택시를 타느냐”, “휠체어 바퀴 때문에 시트가 더러워진다”며 투덜대 목적지에 가는 내내 승객을 무안하게 만드는 택시도 많다. ‘하코다테’라는 도시에 갔을 때 비탈길에 눈이 쌓여 불가피하게 택시를 타야했다. 여행에 동행한 친구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라 택시 두 대에 나누어서 타기로 했는데,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자 지체없이 택시가 잡혔고 당연한 듯이 택시 트렁크에 휠체어 두 대를 실어주었다. 택시 안에서 “왜 휠체어 두 대로 어렵게 택시를 타려고 하느냐”는 불평을 듣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일본어가 서툴러 듣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방문했던 ‘오타루’라는 다른 도시에서는 눈이 길 옆으로 2m씩 쌓여있어 택시를 타야했다. 역 앞에서 잡은 택시는 역시 당연한 듯이 휠체어 두 대를 실어주었다. 목적지인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박물관 입구에 높은 턱이 있었는데, 택시 기사님은 우리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턱을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 후에야 돌아갔다. 그 택시 기사님들이 특별히 친절한 사람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외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이었을까? ‘오타루’의 박물관에 찾아가기 위해 ‘미나미오타루’ 착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다. 일본의 지하철은 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어 휠체어를 탄 승객을 위해 승무원이 짧은 경사로를 놓아 도와준다. 도착역에서 경사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내리는 역을 미리 말해두어야 해 출발역 승무원에게 이야기하자 승무원은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정말 미안하지만 미나미오타루 역에는 휠체어 편의시설이 없으니 그 다음역인 ‘오타루’ 역에서 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일전에 경주에 갔을 때 석굴암 입구 에서 휠체어를 보더니 손을 휘휘 내저으며 퉁명스럽게 “휠체어로 어차피 못가니까 그냥 가세요”라고 말했던 아저씨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 길 양 옆으로 2m씩 눈이 쌓여있던 도시 ‘오타루’. 우리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눈이었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내 경험이 지나치게 사대주의적으로 해석된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일본인은 속마음을 절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란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 친절했던 택시기사님들도 실상 속으로는 ‘왜 장애인들이 힘들게 외국에 와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거야?’라고 불평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것은 그들의 속마음이 아니라 놀랍도록 친절한 서비스였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해도 무릎을 꿇고 휠체어와 높이를 맞추어 주문을 받는 카페의 직원, 저상버스에 휠체어가 오를 동안 불평없이 기다려주는 버스기사와 승객들, 작은 빵집에도 장애인화장실을 구비해놓고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안내해주던 사람들. 택시를 타거나, 장애인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는 사소한 일에도 ‘혹시 내 장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싶어 늘 날을 세우고 있던 나는, 3박4일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장애인에게 ‘생활이 편한’ 사회로 변모해왔다.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지하철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도입되었다. 최근 장애인단체들은 서울시에 저상버스 100퍼센트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가 된다고 해도, 저상버스를 타려는 장애인에게 “왜 장애인콜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느냐”고 말하는 기사가 있거나 휠체어 탑승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때 불평하는 승객이 있다면 ‘마음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힐링의 시간이 끝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지 30분 만에 장애인화장실에서 걸어나오는 비장애인, 카페에서 앞줄의 내 휠체어를 지나쳐 새치기를 하며 먼저 주문을 하려는 사람과 마주쳤다. 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인식의 개선을 수반해야하는데,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닐터, 내 스트레스의 근본적 힐링은 도대체 언.제.쯤.? ![]() 눈 쌓인 삿포로 근교 맥주박물관. 삿포로 역에서 저상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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