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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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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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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전동성 (자유기고가. 전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장면 1. 휠체어에 탄 아이들,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눈망울들만 반짝이는 지체장애아동들... 교실 앞에 펼쳐진 휘장을 바라보며 꿀 먹은 입들을 오므리며 생각에 빠져있는 순박한 영혼들... 그러나 휘장에 내걸린 ‘춘곤증’이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 전혀 기억에도 없는 단어들이 이리저리 휘돌아다닌다. 너무 어렵다. ‘춘’도 모르겠고 ‘곤’도 모르겠고 ‘증’은 더더욱 모르는 말이다. 다른 세계의 단어처럼 낯설고 머리에 와 닿지 않는다. 휠체어의 아동들의 몸짓이 좌로 우로 기우뚱거린다. 정신지체장애아동들의 표정이 판토마임의 배우처럼 사정없이 이리저리 비틀린다. 그러나 장애아동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응원 나온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의 표정은 그에 따라 함께 휘둘리다 한숨이 나온다. #장면 2. 어둠이 완전히 덮인 밤. 자폐아동 현진이의 방은 스탠드만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침대 곁에는 엄마가 ‘아기 곰 두리’라는 동화책을 사랑이 넘치는 목소리로 현진이의 귀에 꼭꼭 박히도록 읽어주고 있다. 눈꺼풀이 점점 감기는 현진이는 자장가를 듣듯 노래를 듣듯 아련하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동화 속으로 빠져든다. 꿈인 듯 생시인 듯 눈앞엔 푸른 숲 푸른 벌판이 활짝 펼쳐진다. 그 속에서 현진이는 한 마리의 아기 곰이 된다. 애잔한 엄마 곰이 그의 주변에서 포옹하듯 감싸듯 웅얼거린다. “엄마 어딨어?” “바로 곁에.” 그 꿈속에서 현진은 수퍼 곰돌이가 되어 약한 동물들을 위협하는 힘센 동물들을 물리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나는 힘센 사람이 될거야.’라며 현진은 꿈속에 깊이 잠겨들고... 아이의 꿈을 키우는 것은 엄마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주지도 못한다. 어쩌면 숙명처럼 업처럼 엄마의 가슴은 항상 멍이 들어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힘차게 뛰어놀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마음대로 펼치지도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엄마는 가슴에 못이 박힌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레고를 사다주고, 그것들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게 해봤다. 끈기가 없었다. 한 시간도 안 돼 현진이는 싫증을 낸다. ‘어떡해야 할지..’ 엄마는 또 가슴이 아팠다. 이것저것 온갖 것들이 머리 속을 헤집는다. 엄마는 아이처럼 자폐 증세에 매몰될 것만 같아 결국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쐰다. 하늘을 본다. 까만 하늘에 별빛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그 별들이 문득 투명하게 자신의 가슴으로 스미는 것을 느끼면서 엄마는 ‘그래 별이 되게 하자.’ 엄마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가슴을 폈다. #꿈이 영구는 밤을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골든벨은 누구를 위해 울릴까? 물론 장애아동들에겐 한 번의 기쁨을 줄 수도 있고 평생의 보람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식경쟁을 위해? 아니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하지만 그건 성인흉내를 내는 원숭이 몸짓이라는 비판도 해본다.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그걸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나 한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라고 본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 요사이 공공도서관은 많이 달라지긴 했다고 한다. 책을 읽어주는 장치며 그림을 보여주는 스크린이며 앞을 보지 못하는 아동들을 위한 점자도서 등 보기엔 그런대로 갖춰져 있다고 한다. 그것으로 모든 게 다 준비되었다고 만족해하면 그것으로 그만일테지... 지체장애아동을 위한 시설도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고갯길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했습니다.” 선전하지만 “아니 아직도 멀었습니다.”가 그 대답이다. 장애아동들을 위한 번듯한 공공도서관이 몇 개나 있을까? 그리고 장애아동들의 증상에 따른 분류가 완벽하게 되어있는 곳은 얼마나 될지... 장애아동들은 약자다.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도 마땅하다. 누구 어떻게. 여전히 비루먹고 살아가는 군상들에게 먹힐 이야기일까? 지난 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서장애인의 독서활성화를 위해서는 점자도서관의 확충 및 도서제작에 필요한 저작권문제 해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 등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전체응답의 57%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향후 독서장애인의 수요는 점자도서보다 녹음도서와 전자도서의 비율이 높을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증상별 장애아동들의 독서분류는 미흡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끝없는 논쟁을 위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누가 말했는가? 책을 읽으라고 지은 도서관 좌석은 고시공부 유학준비 그리고 토익공부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정작 책을 읽는 순수한 사람들의 좌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그런 현상을 나무라고 있을 틈이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돈 많이 버는 대기업의 어느 회사가 장애인 도서관을 지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있다면 알려주면 고맙겠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공공도서관에 시청각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말로만 장애인우대 또 우대하지만 공염불이 아닌가? 독서는 미래의 인재, 미래의 천재를 낳는 계란과 같다고 한다. ![]() 지난 6월 17일-28일, 모로코 마라케쉬에서 개최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외교회의에서 약 5년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독서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에 관한 국제조약"(International Treaty on Limitations and Exceptions for Visually Impaired Persons/Persons with Print Disabilities)(이하 '독서장애인 조약')이 마침내 체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국회의 비준과 정부의 선포만 남은 셈이다. 이 조약은 시각장애 및 기타 장애로 인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을 수 밖에 없었던 독서장애인들의 정당한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80년대부터 추진되었으며 이 조약이 구체화된 것은 2008년 11월, 세계시각장애인연맹이 ‘맹인, 시각장애 및 다른 독서장애인을 위한 접근 증진을 위한 WIPO 조약'을 제안하고, 2009년 5월 브라질, 에쿠아도르, 파라과이 등이 이 조약 제안을 심의할 것을 요구하는 공식 제안서를 WIPO 저작권상설위원회(SCCR)에 제출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수년 동안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출판사, 영화사 등 저작권 단체와 이들의 로비를 받은 미국, 유럽의 대표단은 독서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각 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조약과 같은 형식이 아니라, 강제력이 없는 권고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조약이 체결될 수 있었던 것은 독서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해온 여러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끝으로 자료를 뽑다가 챙긴 어떤 자료가 생각나 여기에 옮긴다. 물론 파일이다. 부모님들 특히 잠 못 이루는 엄마들이 보아 주었으면 하는 자료이다. * 독서습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PPT자료 다운로드하기) * 2013년 7월 3일 미디어기독연대, 법인권사회연구소(준), 사단법인 오픈넷, 언론연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의 성명에서 발췌함. * 표지사진출처: http://culturenori.tistory.com/2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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