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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과 방송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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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과 방송

박준범(YTN FM PD)
   4월20일은 제37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그 동안 무심했던 언론에서도 장애인 관련 기사를 쏟아냅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내용들을 내보내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제가 지난해인 2016년 4월 20일 텔레비전 뉴스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먼저 한국방송(KBS)의 주요뉴스인 <뉴스 9>을 찾아봤는데요, 전체 34개 뉴스 꼭지 가운데 11번째와 12번째 두 꼭지의 뉴스가 장애인 관련 기사였습니다. 지원금만 받고 해고하는 장애인고용 ‘악용’ 사례와 꼼수에 위조까지 하는 장애인구역 ‘불법 주차’ 관련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뉴스 시간에도 장애인 관련 기사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선수들 ‘우리도 국가대표 꿈꿔요’]라는 기사와, [오늘의 영상]‘장애인의 날 맞이 특별 시구’였습니다. 전체 34개 기사 가운데 장애인 관련 기사가 영상 뉴스를 포함하면 모두 4건이 있었네요.
   이어 문화방송(MBC)의 주요뉴스도 살펴봤습니다. 전체 27개 뉴스 꼭지 중에 9번째 기획기사 꼭지가 장애인 관련 뉴스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편견에 막혀 지적 장애인 학교가 태부족하다는 내용으로 두 명의 기자가 연속 리포트하는 3분 40초짜리 심층 기사였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법으로 정해진 특수학급 정원은 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이지만 교실 당 8.3명, 9.3명으로 정원을 훌쩍 넘기고 있고, 이렇게 특수학교가 부족한데도 서울에서 지난 2002년 이후 14년 동안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설립되지 못한 이유가 지역 주민들의 편견의 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 하는 기사였습니다.
   그렇다면 민영방송인 서울방송(SBS)는 어떠했을까요? 그 날 전체 32개 뉴스 꼭지 가운데 24번째 뉴스가 장애인 관련 기사였습니다. [중증일수록 간절한데 간병인 못 구하는 1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정부가 지난 2015년 6월부터 간병인 지원 대상을 1, 2급에서 중증도가 덜한 3급 장애인까지 확대한 뒤, 간병인들 사이에서 간병이 더 어려운 1급 중증 장애인을 기피하는 현상을 고발한 기사였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YTN은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보도채널이기 때문에 주요뉴스 시간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아 주요뉴스 시간을 분석하지 않고, 장애인의 날 하루 동안 방송된 장애인 관련 기사를 모두 검색해 보았습니다. 장애인 폭행을 다룬 사건사고 기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14건의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보셨나요? 단순히 산술적인 백분율을 구해봤더니 KBS 11.76%, MBC 7.4%, 그리고 SBS 3.13%가 나왔습니다. YTN의 경우 적용 방식이 달라 참고자료로 사용했을 뿐 백분율을 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각 방송사 마다 차이가 좀 나죠? 장애인의 날 하루 주요시간대 뉴스를 분석해서 산술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한계도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방송사에 따라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잘했다’ ‘잘못 했다’를 떠나서, 이렇게 방송사들의 뉴스를 비교해 가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올해 장애인의 날에는 방송사들이 장애인 관련 기사를 내보낼 때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을까요?
   2006년 12월 13일 UN이 채택한 장애인 권리협약에서는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과 매스미디어를 포함한 기타 문화 활동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 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아직은 조금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각 방송사들이 의무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과 수화, 화면 해설 등 장애인 방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방송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이 장애인을 다루는 것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방송 뉴스뿐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콘텐츠의 질적·양적 향상을 기대해 보는 장애인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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