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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성매매로 내몰았는가?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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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성매매로 내몰았는가?
-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는 지적장애여성을 보호해야 한다 -

최문정(프리랜서)
 지난 10월, 부산에서는 에이즈 보균자가 성매매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전국에 ‘에이즈 광풍’을 몰고 왔다. 종합 일간지,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각종 온라인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성매매를 한 A씨를 ‘에이즈 퍼트린 악마’로 몰아세우며 각종 기사를 쏟아냈으며, 이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로 그녀를 비난했다.
 그렇다면 정말 그녀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세상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을까. 하지만 자극적인 보도 내용과는 달리 이 여성은 동거남으로부터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사회 적응력 나이가 만 7살 8개월 수준인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성매매’를 할 만큼의 인지능력을 그녀는 갖고 있지 못하다. 동거남은 그녀의 이러한 장애 특성을 악용해 “성매매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오면 좋겠다”고 말했고, 성매수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채팅 앱을 깔고 자신이 마치 서비스를 해 줄 여성인 것처럼 위장해 성매수남을 구한 뒤 그녀를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성매매 피해자로 내몰리는 지적장애여성들
 이 여성은 10대 때부터 성매매를 하게 됐다. 가난하고 배움이 짧은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장애를 17살이 너머서야 인지하게 됐다. 부모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그녀는 학교에서도 늘 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다 가출을 했고, 그러다 모텔방에 갇혀 성폭행을 당했으며, 자신을 성매매의 미끼로 이용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한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보호받지 못한 지적장애여성들이 강제로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올 초에는 1년 넘게 지적 장애여성을 유흥업소에 감금하고 임금 한 푼 주지 않을 채 일 시키며 폭행은 물론 성매매까지 강요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 6월에는 지적 장애 여중생에 성매매를 강요하고 음란 동영상까지 강제 촬영한 10대 청소년 4명이 검거됐으며. 8월에는 중고생 3명이 지적 장애 여고생을 집단성폭행하고 각서까지 쓰게 한 사건도 있었으며, 임신한 지적 장애여성을 남편이 성매매로 내몰아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경계선 및 지적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료·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평화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 2009년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한 인원 25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 피해 유형을 분석해본 결과 '심심해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등 기타 이유로 성매매를 한다'가 33%(67명)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출 후 생계비 마련(26%·53명)', 강요에 의한 이유(21%·42명) 순이었다. 용돈이 부족해서는 5%(11명), 원하는 물건을 갖고 싶어서는 4%(7명)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가출 후 생계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센터는 장애 청소년의 경우 돈이나 경제적 가치의 이유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특성으로 성매매 피해에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그녀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의 78%가 지적장애인으로 신체적 장애인보다 더 많은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경우가 67.6%로 비장애 피해자의 21%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가해자의 29%는 동네사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차별과 편견 등 피해자가 겪어 온 사회적 고립감을 이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엔 아직까지 성매매 피해를 입은 장애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 교육기관이나 쉼터 등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청소년 중 치료 재활을 위해 기본교육을 받은 지적장애 청소년은 최근 3년 간 총 교육인원의 10%내외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개인의 수준에 맞추어 특수 교육을 진행하는 것처럼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치료·재활 사업의 핵심인 탈성매매 교육 역시 대상자 인지 수준과 특성, 성향 등을 고려해 비장애인과는 차등을 두어 별도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정신적 장애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지원 시스템 또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부산에서 에이즈 광풍을 몰고 온 그녀는 자신이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사실을 7년 전에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7년이란 시간 동안 공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심지어 경찰은 그녀들에게 ‘강제 성매매 증거’를 직접 찾아오라고 까지 한 바 있다고 한다. 에이즈에 걸릴까 두려워하기 전에 누가 그녀를 감염된 채 성매매 현장으로 내 몰았을까. 우리는 두려움에 떨기 전에 그들이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는지 물어야 한다. 정작 에이즈에 걸릴까 두려워하기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무관심한 우리 자신과 이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범죄의 가해자로 만들어 버린 사회의 무책임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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