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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종교냐?’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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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종교냐?’

- YTN 라디오 박준범PD -

 

연등 촛불 이미지

 


  최근 불교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한불교 조계종의 스님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나섰고, 88세의 설조 스님은 종단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며 한 달이 넘도록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조계종의 내홍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설정 스님의 서울대 학력 위조와 숨겨둔 딸이 있다는 사생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거기에 재산 은닉 문제까지 겹치면서 설정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설정 스님은 방통대 졸업이 서울대 졸업으로 와전된 것뿐이라며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서만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고,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조계종 큰 스님들의 범죄 행위는 총무원장 스님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해서 MBC 〈PD수첩〉은 “큰스님에게 묻습니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냈습니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비구니 자매를 성폭행한 스님, 상습 도박 의혹에 싸인 스님들, 룸싸롱과 호텔을 드나들며 성추행을 일삼은 스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설정 총무원장과 총무원 앞에서 단식 시위 중인 설조 스님을 잇달아 면담했습니다. 이 수석에 앞서 남평오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도 설조 스님을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설정 총무원장은 이용선 수석에게 종단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자정과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속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며, 종단 내부에서 스스로 노력해 정리되리라 믿기 때문에 정부가 한 쪽 편에 편향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말 종단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자정과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까요? 개혁의 대상이고, 적폐청산의 대상이 스스로 자정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단식 농성 중인 설조스님의 단식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설조 스님의 단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승가 공동체 내부에서 불교적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과 몇몇 언론인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이 기사가 링크 돼 올라왔고, 불교식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불교식 방식이란 “룸싸롱 가서 비싼 양주에 여종업원 성추행하고, 상습 도박하고, 은처자 두고, 돈세탁하는 방식”이 가장 불교적 방식이라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불자들은 한 푼 두 푼 적은 돈을 모아 시주를 합니다. 극락왕생을 빌고, 수험생 자녀가 좋은 대학 입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시주를 합니다. 하지만 신심이 깊은 불자들이 ‘우리 스님’, ‘우리 스님’ 하며 존경에 마지않는 큰 스님들의 룸싸롱 비용을 대주고, 숨겨둔 처자식 유학비를 대주고, 라스베가스에서 도박판을 벌이는데 비용을 대주고 싶어서 시주를 하는 분들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안 되면, 밖으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 언론사불자연합회 등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재가자 단체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불련 출신의 한 언론사 선배는 재가불자들이 종단 개혁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는 겁니다. 스님들을 중심으로 움직여 온 한국의 불교가 이제 스스로의 덫에 빠져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왜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을까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정말 궁금한 마음만 깊어질 뿐입니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정권을 교체한 경험을 가진 국민입니다. 이제 민중이 종교개혁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혹세무민하는 타락한 종교 지도자가 이 땅에 발붙이지 않도록 계엄령까지 고려했던 무시무시한 국가권력을 교체한 경험을 상기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타락한 종교 권력에 기대어 공생했던 언론인과 정관계 인사들은 석고대죄하고 먼저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공범인 세상에서 누가 누굴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습니까. 불교계의 어두운 면이 언론에 조명될 때마다 늘 따라 붙던 수식어가 있습니다. “모든 스님이 다 그런 건 아니다.” 100명 중에 한 명이 그렇지 않다면 저 명제는 맞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스님이 다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99명이 그렇다면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 이제는 그렇지 않은 스님이 몇 명이나 되는지 대중 앞에서 엄격한 잣대로 평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에는 장애, 비장애 구분이 없습니다. 종교는 모두에게 평등하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해악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로 촛불을 들었으면 이제 ‘이게 종교냐’라는 구호로 촛불을 들 때인 것 같습니다.

 

 

촛불 집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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