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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최선인가?
작성자 YTN 라디오 박준범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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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최선인가?

YTN 라디오 박준범PD
  부부관계 이야기를 할 때면 자주 인용되는 우화가 있습니다. 바로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소와 사자는 서로 깊이 사랑을 했습니다. 결국 소와 사자는 결혼을 했고, 매일 아침 식사를 번갈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첫 날 소는 들판에 나가 싱그러운 풀을 뜯어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풀을 먹지 못하는 사자는 자신을 위해 애쓴 소의 정성을 생각해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억지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 날, 식사를 준비해야 할 사자는 사랑하는 소를 위해 맛있는 고기로 진수성찬을 차렸습니다. 역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소는 자신을 생각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사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맛있는 척 준비된 음식을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고통스런 시간이 흘러 소와 사자 부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에 다다랐습니다. 둘은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두 부부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우화는 누구를 위해 최선을 다 했는지 묻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부부관계 컨설팅 전문가들은 “기대하지 말고, 요구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겠지...’ 하며 기대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이 큽니다. 그러니 실망하기 전에 미리 요구하는 게 일견 현명한 방법일 수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생일에 갖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내가 이걸 갖고 싶어 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했겠지...’라며 기대하지 말고, “난 이번 선물에 이걸 받고 싶어.”라고 요구하는 게 차라리 나중에 실망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소개한 우화 속 소가, 혹은 사자가 본인이 필요한 게 있어 미리 요구했다면 어땠을까요? 서로 고기를 좋아하는지, 혹은 풀을 좋아하는지 알아주기를 바라서 기대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사실 소와 사자의 우화는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말로 소통하는 동물입니다. 말로 의사소통을 해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데, 하물며 말로 표현도 하지 않고도 ‘내 맘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실망을 하게 될 개연성이 더 커 보입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발달장애인단체 회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뉴스에 많이 보도됐습니다. 기대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요구를 하는 모습이 차라리 바람직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애인 참정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장애인 관련 부처의 고위공직자 임명 등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도 기대만 해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적극적인 요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국민과 정부가 서로 등 돌리는 순간,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어...”라는 무의미한 말을 남기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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