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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시구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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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시구

YTN 라디오 박준범PD
시각장애인의 시구 이미지
  가을은 야구 열기가 뜨거운 계절입니다. 코리안 시리즈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코리안 시리즈 3차전에 시구로 나선 열혈 야구팬 이상 씨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이상 씨는 평소 중계방송으로 야구를 즐긴다고 합니다. 시간이 날 때는 직접 야구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소리로 야구를 즐겨왔다고 하는데, KBO에서 시구 공모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상 씨의 딸 세희 씨가 최근 암투병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공모 이벤트에 응모한 겁니다. KBO는 이상 씨의 사연을 듣고, 뜻 깊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일반인 시구자로 이상 씨를 선발했다고 합니다.

  이상 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타자가 공을 치는 소리만 들어도 안타인지 아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화면에 비친 이상 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딸 세희 씨가 시각장애인 아버지에게 포수의 위치를 알려주자 마운드에서 투구 준비를 마쳤습니다. 포수 뒤쪽에 자리를 잡은 관중들은 박수 소리로 이상 씨에게 방향을 알려줬습니다. 드디어 이상 씨의 와인드업! 이상 씨가 공을 뿌리자 그 장면을 바라보던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57살 이상 씨는 40여 년 전 시각을 잃고 소리로만 야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꿈의 구장에 선 신 씨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상 씨는 현재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상 씨의 쾌유를 비는 마음도 보탰을 것 같습니다.

  시각 장애인 이상 씨의 시구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혹은 측은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힌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IMF 체제인 97년 당시 우리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건 박찬호와 박세리였습니다.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아들·딸을 보면서 어려운 현실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상 씨가 자신의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상 씨의 시구 내용을 전하는 언론사들은 저마다 감동적인 기사 제목을 뽑기 위해 애썼습니다. ‘시각장애인 야구팬 이상 씨의 특별한 시구... 잔잔한 감동’, ‘야구 사랑으로 던진 스트라이크... 시각장애인 이상 씨 감동 시구’, ‘야구가 빛이 되는 순간, 시각장애인의 특별한 시구’ 등등 많은 기사 제목이 있었지만, 그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스포츠 조선에서 뽑은 기사 제목은 ‘[KS]3차전 시각장애인 감동시구... 연예인 아니라도 뭉클’이었습니다. 이 기사 말미에 기자는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 선정은 올 시즌 KBO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로 기록될 것 같다고 첨언했습니다. 앞으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더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송이 시각장애인들과 청각장애인들에게 매체 접근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반성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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