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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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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YTN라디오 편성팀장 박준범PD

 

  지난 12월 3일 월요일부터 YTN이 TV와 라디오 동시에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 약 2주전부터 개편을 알리는 홍보 스팟(SPOT)을 내보냅니다. 신문으로 치자면, 자회사 社告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런데 개편을 며칠 앞두고 YTN TV에서는 이상한 장면이 송출됐습니다. 평소 TV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동그란 원 안에서 수어통역을 하던 박지연씨가 첫 화면에 등장한 겁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방송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박지연씨가 메인 뉴스 앵커 자리에 앉는 겁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수어로 인사를 하고, 화면 우측 하단에는 조그만 원이 만들어지면서 진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이 등장했습니다. 박지연씨의 수어가 메인 화면에 비춰지고, 뉴스 앵커들은 동그란 원 안에서 각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박지연씨가 등장했을 때, YTN TV 화면에는 “진실을 전하기 위해, 진심을 다합니다.”라는 회사 슬로건이 자막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활기찬 아침 YTN과 함께 시작합니다! 굿모닝 와이티엔” 프로그램 홍보부터 이어진 앵커들의 모습은 10년 만에 앵커로 복귀한 해직기자 출신 노종면 앵커의 “더 뉴스”는 물론 “가장 빠른 저녁 종합뉴스 뉴스Q” 등으로 연결되며 각각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홍보 스팟이 방영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가장 많았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화면을 볼 수 있어 귀중한 경험이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는 TV화면은 그렇게 구성돼 있습니다. 화면의 주류는 비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화면의 구석에 장애인들을 위한 영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늘 돌아보며 살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점점 보수화 되고, 변화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다는 슬로건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우리 귀에 익숙하게 들립니다.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수 십 년을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런 슬로건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머릿속 생각과 입으로 말하는 언어와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이 다르면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언젠가는 수어통역사 박지연씨가 주요 화면에 앉아 뉴스를 전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시대가 오겠죠? 이번 YTN의 개편 슬로건은 앞서도 말씀 드렸던 ‘진실을 전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입니다. 시청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진실을 전하기 위해 진심을 다한다는 뜻입니다.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 모든 장애가 있는 분들도 우리 YTN의 시청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장애인들도 됐다고 할 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발상의 전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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