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똑바로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똑바로寶記(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장애인 고용, 신뢰는 믿음이 됩니다.
작성자 mgsoft
첨부파일
장애인 고용, 신뢰는 믿음이 됩니다.
선영근(서울의지 부사장)
올해는 광복 70주년, 그리고 한국전쟁 6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기준은 흔히 발전과 도약의 전초로 회상됩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후 지금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고통이 있었지만 그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경제발전으로는 세계적인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선 지금, 미국, 영국, 독일 등 오랜 선진국들과 우리를 비교하면 그 빠른 세월이 아쉽기도 합니다. 경제성장이라는 한 길만을 달려왔기에 돌아보지 못한 우리의 복지사회는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그만큼의 숙제를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장애인 복지입니다.

저는 30여 년간 신체의 일부를 잃은 장애인들의 손과 발을 만들어 온 의지보조기 전문기사입니다. 1983년도에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손과 발을 잃은 장애인들의 모습은 저에게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의수족 제작 업무는 신체일부를 만드는 일이기에 특성상 꾸준한 교감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랜 기간 많은 대화를 통해 장애인 고객들과 서로를 알아가고, 이렇게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편안한 손과 발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접하여 알게 된 많은 장애인의 모습은 지레짐작하던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그 시절의 장애인은 대부분 장애로 인한 실업상태였고, 그로인한 빈곤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경제적, 심리적인 어려움이 무척 컸습니다. 이런 어려움들이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을 사회와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울의지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먼저 알고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고용하여, 현재 서울의지는 다수의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서울의지를 찾아주신 고객이었습니다.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장애인 고객은 장애로 인해 실업상태일 뿐, 장애 외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직접 채용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장애인 직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문제는 없을까 관리자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고객을 오랫동안 접해오며 많은 편견을 없앴다고 생각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저에게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편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며 이 편견 역시 사라졌습니다. 장애에 따른 직무 구분으로 실제 업무 능력 차이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발휘된 꾸준함과 성실함은 또 다른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항상 장애인 당사자를 고객으로서, 동료로서 접하는 저에게 장애인 복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편견 없는 시선,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이 두 가지가 복지입니다. 물론 단순한 것은 아니고 이 커다란 틀 안에서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를 알고 접근하면 마냥 먼 길 만은 아닐 것입니다.

7살 때 사고로 무릎 위를 잃은 소년이 의족을 제작하러 찾아 왔습니다. 이 소년의 평생 주치의가 되어 다리의 관리뿐만 아니라 진학, 취업, 결혼 등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기뻐하고 아파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다르지 않은 고민이지만 특별히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그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요?

우리 회사의 박병규 과장에게서도 많은 희망을 느낍니다. 긴 투병 끝에 20세에 다리를 절단해야 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스스로 보장구 제작 전문가의 삶을 택한 이 청년은 현재 서울의지에서 같은 장애를 입은 고객들의 최고 인기인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본인이 제작한 제품의 장점과 활용을 고객들과 공유함으로써 당당한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꾸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현재의 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주변의 격려, 편견 없는 동료들로 인해서 이루어진 큰 성과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견의 해소와 사회 정책은 오직 장애인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음글 직업재활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전글 장애인 예술 공감(共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