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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언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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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언

김기룡(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

지난 해 11월 21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염원해 왔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률의 시행으로 고용, 평생교육, 의료 및 재활, 소득, 주거, 낮 시간 활동•돌봄 등의 복지서비스가 개인별지원계획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 피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호 조치 및 현장 조사 지원,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조력인 배치와 의사소통도구 지원, 발달장애인이 사법,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지원 등 다양한 인권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되었다. 발달장애인법에 규정된 이와 같은 복지서비스와 권리옹호 지원 체계는 발달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발달장애인법이 보다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발달장애인에게 특화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 배치하는 등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을 실시하여야 한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운동을 주도했던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는 법률안 발의 당시 향후 5년간 약 5천억여원에서 1조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어야만 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고, 보건복지부 역시 향후 5년간 3천억원 정도의 추가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적어도 매년 5백억원에서 1천억원 정도의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이 증액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2016년도에 보건복지부가 발달장애인법 시행으로 신규로 편성한 예산은 1백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예산이 축소 편성된 이유에 대해 재정 당국은 타 장애유형과의 형평성, 기존 제도의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의 필요성,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시행 경험이 부족한 신규 사업 실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이라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지난 4월말,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하고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주관하는 호주 장애인 복지 정책 연수를 다녀왔다. 호주는 지난 2013년부터 국가장애보험계획(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a, NDIS)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공급자(vendor) 중심으로 지원되었던 복지 급여를 장애인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장애인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여,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또한 이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할 약 20조원에 이르는 재정을 국민건강보험료 인상(2%)을 통해 해결하였다. 국민건강보험료를 인상했다는 것은 장애로 인한 복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시민사회가 부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해결한 바 있다.
호주가 장애인 복지에 소요되는 재정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부담하게 된 배경은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호주 정부의 재정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주국가생산성위원회에서는 NDIS를 도입하기 전, 호주 장애인 복지의 경제적 효율성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에 대한 비용을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장애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공급자에게 지원했던 예산을 장애인의 필요에 따라 개인별로 지급하게 될 경우 전체 장애인 복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를 하나 더 내놓았는데, 장애인의 개인 요구에 맞추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경우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지만, 초기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면, 장애인의 경제 활동, 사회 참여 활동 등이 증진될 것이고, 이와 같은 장애인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복지 비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므로, 초기에 많은 투자가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복지 재정 지출 규모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 봤다. 호주가 NDIS를 적극 도입하고, 국민건강보험료를 인상시킨 배경에는 이와 같은 경제적 이유가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발달장애인법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기존의 장애인복지 서비스가 발달장애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발달장애인법에 명시하였고, 이를 시행하려면 국가 차원의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또한 초기의 과감한 투자가 이후의 복지 비용 지출 규모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를 활용해서라도 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초기 재정 확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논리가 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호주의 사례와 같이 재정 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꽉 막혀 있는 예산 확보 문제를 돌파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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