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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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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전혜연(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이제 얼마 후면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명절 때 귀성차량으로 인한 고속도로 정체나, 귀성열차와 고속버스표를 구입하기 위한 긴 줄 등은 우리가 명절을 떠올릴 때 함께 떠올리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추석 등 명절 때가 다가오면 ‘장애인과 함께하는 따뜻한 명절 나눔’ 등과 같은 기사들이 하나둘씩 인터넷 상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제 명절 즈음에 기업의 임직원들이 시설이나 취약 지역에 방문하여 명절 음식을 함께 준비해서 나누거나, 봉사하는 것은 사람들이 기사를 읽고도 특별한 사건으로 여기지 않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느끼는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

부산에 홀로 거주하는 여성 중증장애인 A씨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 그녀는 1급 중증장애인으로 활동보조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식사와 용변처리가 마땅치 않다. 그러다보니 명절 때 그녀를 담당하는 활동보조인이 고향에라도 다녀오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의 식사와 용변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식사는 간단한 음식으로 어떻게 해결하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는 방안에 요강을 두고 간신히 용변을 해결하는 그녀는 연휴기간 동안 요강에 쌓일 용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다. 명절기간 동안 와 줄 활동보조인을 따로 알아보았지만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 명절에 찾아올, 찾아갈 가족도 없는 그녀는 명절이 행복하지 않다. 명절의 시작은 괴로운 나날들의 시작이다.
고향인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지체장애인 B씨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자립생활을 꿈꾸며 큰 각오를 가지고 서울에 직장을 구해 상경했고, 그럭저럭 서울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이번 명절을 맞아 고향이 대구로 내려가려던 그는 난관에 부딪혔다. 잠시 시간을 놓친 사이 온라인 귀성열차표 예매에 실패한 것이다. 고속버스로 라도 고향에 내려갈까 싶어 알아봤지만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 고속버스 타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면 버스로 라도 고향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친절한 버스 승객을 기대하며 버스표를 예매하기에는 너무 요행을 바라는 것 같다. 혹시 주변에 대구로 자가용으로 귀향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부탁해보려 해도 쉽지 않다. 그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위의 사례들은 장애인과 명절과 관련된 기사내용(에이블뉴스, ‘장애인에게 명절은 지옥이다.’)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본 것이다. 게재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위의 사례들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눈에 뜨이게 해결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위와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경험했을, 또는 미래에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16년 현재 활동보조인 급여는 시간당 평일 9,000원, 10시 이후 심야, 일요일 및 공휴일은 13,500원으로 책정되어있다. 이 급여에서 활동보조인 파견기관에서 운영비로 25%를 가져가면 실제 수령액은 시급 6,800원, 10,200원이다. 활동보조 1등급을 받은 장애인이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은 평일 기준 한 달에 약 118시간, 한 달 동안 평일 25일을 서비스 받는다고 하면 하루 평균 4.7시간의 서비스를 받는다. 서비스 최저 등급인 4등급의 경우에는 한 달 최대 47시간으로 줄어든다. 물론 최중증 취약계층, 예를 들어 위의 A씨의 사례처럼 중증장애를 가진 1인 가구의 경우에는 최대 약 273시간의 추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추가급여를 더한다 해도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서비스가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중증장애인들은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야간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한 몇몇 중증장애인들이 화재 등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기도 하였다. 하지만 추석명절을 앞둔 지금은 활동보조 서비스 부정수급을 적발하려는 정부와 그에 따른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활동보조인들의 목소리로, 또 한편에서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확대 등,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시위로 시끄럽다.

‘더할 나위 없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배곯지 않고 풍성하게 한해의 수확을 가족 친지와 나누며 기쁘게 지내는 추석 명절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말이다. 풍성한 한가위, 그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던, 장애가 없는 사람이던,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가 가야할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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