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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소통하는 아이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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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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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유아영 (음악치료사)
![]()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보스턴 아동 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은 2016년 세계 최고의 아동 병원으로 뽑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병원이다. 이 병원에는 여러 부속 센터들이 있는데, 그 중 마사 엘리엇 센터(Martha Eliot Center)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 있다. 3~5세의 발달장애 아동들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얼리 프리벤션 프로그램(Early Prevention Program) 또한 그 중 하나이다. 2008년 당시 다양한 환자들과 접촉하던 중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로부터 이 치유 세션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는 연락을 받았고,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였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기대와 고민이 있었다. 과연 언어와 몸짓을 잘 이해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발달장애 아동과 어떻게 소통을 할지, 또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할지 궁금했다. 갓난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리거나 옹알이를 하며 어떤 단어라도 내뱉으려 할까 아니면 그저 바라보고 속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삭힐까. 안타깝게도 내 두 번째 짐작이 다반사라는 걸 발견했다. 각 아이에게 인사말을 건넸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같이 참여한 부모의 권유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세상과 소통하게 할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얼리 프리벤션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평가(Assessment)를 거쳐 발달장애의 징후를 보이는 11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님을 포함한 총 22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써,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고 여러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동양인은 한 명도 없었는데 장애가 있어도 문화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향 때문일 수도 있고, 일단 보스턴에 비교적 동양인 인구가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많은 대학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은 많지만 거주하는 교포들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매 주 약 2시간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처음 30분은 자유 놀이(Free Play) 시간으로써, 참여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준비되어 있는 놀이방 시설과 소품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다. 또한 서로 친숙해지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통해 기존의 평가를 수정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부모의 역학(疫學)을 살펴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집단 활동을 진행한다. 이 시간에는 악기뿐만 아니라 미술도구를 활용하기도 하는 등 제한을 두지 않고 집단의 구성원들이 사회적인 상호작용(interaction)을 지켜보고 지도자가 개입하여 조정한다. 마지막에 진행되는 것이 음악시간이다. 악기로 여러 가지 소리를 내고 노래와 율동을 하며 아이들이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게 돕는다. 말을 아직 배우지 못한 영유아가 옹알이를 하거나 울음소리로 자신의 현재 감정을 나타내듯 음악을 통해 표현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들에게 새 언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차근차근 관심을 기울이며 반복하다가 보면 어느새 음악을 통해 서로를 느낄 수 있었다. 조쉬(가명)는 북처럼 두드리는 악기를 잡으니 마치 빛을 받아 꽃이 만개하듯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활짝 웃으며 그 아이는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이 악기와 닿았을 때 생기는 진동, 그 소리에 반응을 한 것이다. 조쉬의 어머니는 그 광경을 보시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아들이 이렇게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일정한 패턴이 없이 그 아이는 손이든 발이든 주변에 있는 장난감이든 무엇이든지 잡아 악기를 쳤다. 그 때마다 그 아이의 세포가 살아나듯 몸이 꿈틀거렸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밴(가명)은 또래에 비해 키가 꽤 큰 아이였는데, 내가 기타로 연주하는 것을 한참 지켜보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다가왔다. 나도 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곡 저 곡 연주해주었는데 특정한 곡에 반응하더니 내 앞에 앉아 기타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밑으로 긁어내리는 시늉을 하면서 마치 나처럼 연주하려고 하는 듯 했다. 조심스레 기타를 아이에게 주고는 눈빛으로 쳐보라고 권유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기타를 바닥에 놓고 마치 가야금을 연주하듯 한 줄 한 줄 눌러도 보고 튕겨보면서 한참 동안 기타를 손에서 때지 않았다. 이 탐구시간이 만족스러웠는지 기타를 내 쪽으로 밀고 그 아이의 지정석인 한 코너로 다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세션에 참여할 때마다 그 아이는 기타를 연주하는 내 손을 주시했다. 담당자가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기타를 선물로 주었는데 매일 열심히 먼지를 닦아주고 한두 번씩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본다고 했다. 혹시 아는가, 지금 그 아이가 수준급 연주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언어가 있다. 음악 또한 그 언어 중 하나다. 그 언어를 통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음악치료가 제공한다. 음악 치료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언어로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리를 통해 의사전달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출처 : www.childrenshospital.org/about-us/locations/boston-childrens-at-martha-eliot-health-cen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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