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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함께하기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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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함께하기

정은희(국공립 금강어린이집 주임교사)
단풍이 지고 도토리가 열리던 어느 가을날, 올망졸망 귀여운 세 살 친구들과 함께 공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통통 뛰어다니며 솔방울, 도토리, 나뭇가지 등을 줍던 아이들이었지요. 눈이 보이지 않고, 혼자 걸을 수 없어 돗자리에 잠시 앉아 있던 아이에게 한 친구가 작은 도토리를 가지고 뛰어옵니다. 00아, 도토리, 만져봐~”라며 작은 열매를 아이의 손에 꼬옥 쥐어줍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세 살 아이의 친구를 위한 배려를 보며 뭉클하고 대견하고 감동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큰소리에 무서워하던 모습도 점점 줄어들었고, 옆에 많은 아이들이 있어도 두려워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아이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우리 어린이집에 있을 수 있을까. 교육적지원이 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시각장애 전문 기관으로 보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으로 미안합니다. 익숙한 친구들 곁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기에는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직 어린 아기인데 여러 사람의 소리에 겁을 먹어 움츠려 들게 되고, 또래 아이들 곁에서도 겁을 많이 내는 아이가 그저 친구들 곁에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바람으로 그렇게 아무 환경도, 큰 준비도 없이 우리 어린이집에서 함께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일 년을 되돌아보니 시각장애 아동을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이지만 그래도 시각장애 아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어린이집에서 통합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참 미안한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아직 영아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위안을 삼아 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아이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전문적 지식이 크게 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처음 부모가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무척 혼란스럽고 성숙이 필요한 부모의 역할,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길에 서 있었습니다. 아이와 부모님에게 당장 필요한건 전문적인 교육이 아닌 ‘그랬군요, 그럴 수도 있어요, 지금도 잘 하고 있어요.’같은 공감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로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부모들이 같겠지요. ‘함께’라는 단어는 ‘떼어놓거나 빼지 않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한다는 건 아주 어린아이들도 느낄 수 있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함께하기 위해, 함께하는 사회를 꿈꾸며 많은 통합어린이집, 사회적 기업, 사회복지시설 등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우리가 해온 일, 지금 하고 있는 일, 앞으로도 하게 될 일, 모두 당장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현재 지쳐있거나 힘들어 하고 있는 장애아동의 가족과 지원하고 있는 모든 교사들, 봉사자 등 많은 분들이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힘을 낼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우리는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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