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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동료를 배려하는 당신은 멋진 사람입니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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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동료를 배려하는 당신은 멋진 사람입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연구원)
2002년 전자공학 박사학위 취득 뒤 갑작스럽게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죽고 실명을 부르는 녹내장을 진단받고,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 뒤 40대인 늦은 나이에 시각장애인 맹학교 의료재활과 2년을 수료한 후, 꿈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대표하는 기관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점차 진행된 눈 건강의 악화로 비장애인에서 시각장애인으로 되어가면서 겪은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시각장애는 교육보다는 직업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더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언어를 매개로 하는 학습이 위주인 교육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해 성과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시각을 필요로 하는 직무가 대부분인 직업 영역에서는 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시각장애라는 삶의 도전에 직면하여 성공적인 직업 생활을 위해 우선 개방적이면서 편안하게 비장애인 동료들을 대할 수 있어야 했고, 보행·점자·보조공학 등 시각장애적응 기술을 익히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비장애인 동료와 관계를 잘 유지하며, 비장애인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내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조직 전체에 확산시켜 주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작업보조기기 등을 지원하며, 사무실 전체의 접근성과 편의를 향상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장애인 동료들의 장애보다 사람에 초점을 두는 태도와 특정 장소의 출입 여부,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몸동작, 게시판의 고지 내용과 대화의 소재 등 ‘지금, 여기’의 상황을 말로 설명해 주는 행동이 적응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시각장애인의 취업 성공 여부와 근무 능력은 시각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상호 수용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시각장애관련 기관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는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교육을 얼마나 받을까? 우리나라의 직장에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직무 교육 과정에서 시각장애와 같은 장애유형별 전문 지식과 기술을 훈련받을 기회도 거의 없다. 시각장애 직장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로 인해 교육을 받지 않은 직원들은 현직에서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면서 각자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 이외에 시각장애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전문적인 이해와 다양한 기술이 부족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고려할 점과 에티켓, 그리고 함께 할 때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려 한다. 흔히 시각장애인과 처음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경우가 있다. 비장애인들은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나 시각장애인들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먼저 다가가 악수를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혀주면 한결 낫다. 다음에 같은 시각장애인을 만나더라도 또렷하게 이름을 밝히면서 인사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간혹 근로지원인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근로지원인에게만 눈인사를 한다거나 모든 일처리를 대신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지원인의 역할은 시각장애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도와주기 위해 동행하는 사람이다. 시각장애인은 통역이 필요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나눠야 할 이야기를 근로지원인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큰 결례가 될 수 있다. ‘시각장애’는 단지 보는 것만이 불편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 동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들은 시각장애인 근로자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기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인 근로자가 직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출퇴근과 직장 내 보행 및 외부 출장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까, 직무를 수행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을까, 직무가 시각장애인의 장기적인 진로에 부합할 것인가, 비장애인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하여 많은 비장애인 동료들은 염려하는데 이러한 생각들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온 편견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장애가 직장생활을 하는 데 약간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공학이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 관련 보조기기의 발달로 인하여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직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보조기기를 활용해 공부하여 법조인으로 진출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연구관으로 임용된 시각장애인도 있고, 전맹임에도 비장애인 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인 시각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래머와 공무원 등 새로운 직종으로의 도전에 성공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도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각장애인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배려하고, 시각장애인 직원도 비장애인 직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함께 웃으며 근무하다보면 업무의 능률도 쑥쑥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각장애인 동료를 배려할 수 있는 비장애인 직장 동료,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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