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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배우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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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다.
귀에는 보청기, 그리고 시각장애까지 지닌 다중 1급 장애여성이지만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 연극이 좋기 때문이다”

 

강전영(36). 그녀는 연극배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열정만으로는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 연습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점자 대본으로,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며 외우면 되는 일이었고, 동선도 길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무대’ 위에서 연습을 시작하자, 현실적인 어려움은 예상보다 컸다.

 

“무대 위에서 위치 연습만 할 때는... 그때 만해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게 되니까, 무대를 익히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겁이 많이 났고, 때로는 정반대편에서 헤매고 있었던 적도 있고요.”

 

무대가 얼마나 큰지, 좌우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활동 보조인과 연극 스태프들이 연기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함께 걸으며 보폭으로 거리를 재고, 각종 소품 위치와 동선을 일일이 걸음 수로 가늠해야 했다.

 

사이사이 뮤지컬 요소도 해야 하니, 다양한 동작을 배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태프들이 손으로 이끌어 줬다. 이러다 보니 한 장면을 만드는 데 비장애 배우들에 비해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필요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나는 '연극'을 위해 매일 여섯 시간의 공연 연습에 힘을 쏟는다.

 

그렇지만 연극은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동안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구나 자신감이 생겼다. 반복되는 발성과 동작 연습, 또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에는 실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는 그 때의 느낌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제 안의 도사리고 있던 어둠을 훨훨 거둬 낸 듯한 느낌이었어요” 시각장애 여성의 삶을 경험담 형태로 만든 연극이었다. 그동안 앞이 깜깜한 현실보다, 깜깜하다고 규정짓는 그 시선들에서 대해서 관객들에게 얘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공연이 시작됐을 때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시각에 청각 장애 둘 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연기보다 자신의 장애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도 했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녀는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고 했다. 그 때 연극 무대에서 가슴 속에 응고되어 왔던 서운한 감정을 노래로 분출하고 소리 지르며, 이제야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솔직하게 풀어내었다며 그 때의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에는 장애, 비장애가 따로 없다며, 연극이 바로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던 내면의 자유로움에 대한 욕망을 극대화 시켰다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장애인들이 그렇게 내면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장애인에게는 제한되어 있다며, 그 기회가 많아지기를 희망했다. 그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연극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물론 연극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 그래서 그녀는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마사지사로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연극을 하고 나니 사람의 몸을 주무르는 것도 연극 공부에 도움이 되더란다. 그래서 요즘에는 마사지사로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다.

 

올 가을에 또 한편의 연극을 위해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 때를 위하여 지금, 그녀는 발성 연습과 유연한 몸동작을 위해 밸리 댄스와 재즈 댄스를 배우고 있다.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동작을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강사분이 자신을 많이 배려해 주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배우고 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오늘도 외친다. “나는 연극배우다”. 올 가을 연극무대에서 그녀는 또 다른 자유의 몸짓으로 세상을 유혹할지 모른다. 여배우로서, 누군가의 희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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