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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신비한 목소리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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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한 목소리 >


진정성 바람을 타고 찾아온 세계 3대 카운터 테너 메라 요시카즈
 


사진 설명 : 서바이벌 쇼 ‘오페라 스타’의 특별게스트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메라 요시카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감동이 있어야 하고 감동이 있으려면 진정성이 묻어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이 묻어날 수 있을까. 진정성을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진정성이 묻어나기 위해서는 깊은 고뇌의 시간이 있어야 하며,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향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가수의 전성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수를 상대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특히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것의 1등 공신이 바로 임재범이다. 좀처럼 방송에 얼굴을 보이지 않던 그가 노래를 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임재범’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유가 뭘까. 그의 노래에는 아니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고뇌와 삶이 깊이가 묻어나는 진정성!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임재범에 열광했다기 보다는 진정성에 열광하고 있는 중일 거다. 그 동안은 잘 기획되고 꾸며진 아이돌 그룹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흔들어 놓았다면 이제는 꾸며진 상품이 아닌 진정한 삶의 철학이 느껴지는 ‘혼’이 그리워져서는 아닐까.

이렇게 진정성에 목말라 있던 대한민국의 오디션 열풍과 함께 특별게스트라는 명칭으로 조용히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바로 세계 3대 카운터 테너인 메라 요시카즈. 그의 목소리는 애잔하면서도 신비한 힘이 있다. 그러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소증의 고독과 아픔 노래로 절규해 

어느 연주회였다. 그 자리는 일본 최고의 성악가를 뽑는 자리였다. 본선에 8명이 올랐다. 그 중 7명은 노래를 불렀고, 드디어 마지막 1명이 노래를 부를 차례였다. 그런데 마지막 1명이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은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높고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성악가는 건장한 덩치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키 140cm 가 될까 말까한 왜소증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마이크가 너무 높았다. 높은 마이크를 맞추는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까르르 웃었다. 사람들의 비웃 속에서 그는 그렇게 혼자 외롭게 서서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난장이’라는 무수히 많은 놀림과 집시처럼 방랑하며 살았던 소외된 삶이 스쳐지나갔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는 그동안의 고독과 아픔을 절규와 같은 노래에 담았다. 객석은 숙연해 졌다. 아니 모두 그의 목소리에 녹아들어 가고 말았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비웃음이 눈물로, ‘난장이’는 거인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계 3대 카운터 테너 메라 요시카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그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노래보다는 장애에 더욱 관심을 쏟았다. 인터뷰를 해도 장애만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는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노래’라며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몸을 던지려는 순간 전화 만화영화감독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에게 자신의 영화 <원령공주>의 주제가를 의뢰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난장이’라는 놀림에서 거인으로 우뚝서다

그가 부른 <원령공주> 주제곡은 에니메이션으로서 놀라울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더불어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진정성 탓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메라의 장애를 이슈화한 것이 아니라 그의 노래에서 묻어난 삶의 여운 자체를 깊게 통찰하고 그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 이렇듯 메라가 세상의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는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애잔한 정서가 담긴 목소리와 그의 진정성을 알아봐 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힘이 컸다.

메라는 주제곡을 부른 계기로 더 활발한 음악활동을 벌이면서 많은 음반도 발매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목소리의 힘을 전달하게 되었다. 그가 부른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에서 <울게하소서>는 물론 ‘오~’하고 길게 소리를 늘리며 시작하는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 어디에도 없을 나무그늘이여)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면서 아득하게 솟구치는 목소리는 절창 그 자체이다.
 


사진 설명 : 우리나라에 알려진 계기간 된 음반 <로망스>
 

메라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로망스>라는 음반 덕택이었다. 바로크와 낭만주의 음악의 유명 아리아를 부른 그의 음반은 국내에서만 2만장 이상 팔리는 호응을 얻었다.

그의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걸까. 왜소증이라고 놀림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그의 신비로운 목소리. 아마도 그의 목소리에는 그 자신에 대한 깊은 연민과 고뇌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만의 고통을 오롯하게 노래로 달래 온 그의 삶의 깊이가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장애를 통한 삶의 고뇌와 깊이에서 드러나는 진정성

“음악은 뜻밖의 매력을 가지고 자체의 힘만으로도 방황하는 정신을 붙들어 주고 고뇌하던 생각이 평온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다.”

약 300년 전에 윌리엄 콩그리브는 그의 저서 <화음찬가(Hymn to Harmony)>에서 위와 같이 썼다.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과 더불어 함께 일고 있는 진정성에 대한 열풍! 이러한 현상과 함께 찾아온 메라 요시카즈! 보여지는 장애가 아니라 삶에 녹아난 장애의 경험, 메라 요시카즈가 보여준 그 힘이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되어 단순히 장애가 아닌 그 사람의 진정성을 알아봐주고 그 진정성이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으로 대한민국에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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