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마주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마주寶記(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시설에서 나온 그녀, 꿈을 꾸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첨부파일
 
 
 
 
<“시설에서 나온 그녀, 꿈을 꾸다”>
 
 
 
 
 
 
‘연’은 뇌성마비 장애여성이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언어장애도 심한 편이다. 여섯 살 때부터 25년을 시설에서 살았다. 그러다 시설에서 독립한지 5년째다. 시설에서는 감시도 심하고, 자신의 뜻을 마음대로 이룰 수 없어서 장애여성들이 더욱 상실감과 좌절을 느낀다. 하다못해 잠시의 외출도 허가를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곳도 많고, 사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설도 많다.
 
 

 
 
 “시설은 정말 없어져야 해”
 
“시설에서 독립한 건 언제예요?”
“2004년! 2004년부터 시설에서 나와 살았어요. 같이 나온2명이 함께 살았죠. 엄청 싸우면서 하하! 근데 시설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닌 형태랄까? 그런 것이 좀 있어.”
시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시설에 있을 때도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독립하고 나서도 어느 정도의 관계는 맺고 있었기에 섣불리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전동휠체어 아니면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 평생 시설에서 살았을지도 몰라.”
그녀의 말대로 전동휠체어는 많은 장애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보조기구였다. 기존의 수동휠체어나 목발과는 달리 두 손의 움직임을 좀더 자유롭게 하고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동휠체어였으니 말이다.
전동휠체어는 생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그냥 걷기도 했지만 힘들었고, 외출할 때는 수동휠체어를 타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후 스쿠터를 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운전이 힘들고 좁은 곳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만큼 전동휠체어는 획기적인 기구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편한 지점도 많다며, 보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 임신,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남편과 3년 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연애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결국 결혼까지 이르렀지만 남편의 집에서는 준의 장애가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아직도 그 결혼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것이 정말 서럽다고 한다.
여러 좌절을 겪으면서 그녀는 오기가 커졌다고 한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나는 살아있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다. 장애여성이 임신을 하면 혹여 몸에 무리가 오지 않나 굉장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녀의 남편조차도 그렇다. 그녀의 남편은 전동휠체어에 앉는 것도 초기엔 무척 조심스럽게 생각해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임신 때문에 힘들지는 않아요?”
“응. 그런대로. 몸은 나아진 것 같아요. 이제부터가 걱정이지 뭐.”
“왜? 아이 키울 일 때문에요?”
“그것도 그렇고 내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몸이 더 꼬이는 것 같아요. 목 디스크도 심하고 뇌성마비의 공통점이지. 그래서 올 가을에 검사 받아보려 했는데 아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
병원에 가면 보통은 근육이완제를 처방해준다. 그런데 이 이완제가 너무 독해서, 기운도 없어지고 기억력도 약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 역시 주사와 약을 번갈아 처방 받았지만 지금은 아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뇌성마비 여성이 출산을 하면 장애가 심해지는 확률이 많기 때문에, 그것도 무척 걱정된다고 했다.
 
 
 
 시설을 없애는 게 목표
 
“언어장애가 심한 편인데, 곤란했던 적은 없으세요?”
“뭐, 수도 없죠. 언어장애가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에 대해 지적 장애가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언어장애가 없으면 말 한 마디라도 좀 쏘아주기라도 할 텐데.”
정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뇌성마비가 있으면 지능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말투 하나하나 어린아이를 대하는 양 취급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나 역시 숱하게 겪은 일이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 한마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장애여성의 말을 들어볼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 특징이다.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언어장애가 있으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한번쯤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긴장하면 더욱 말을 하기 힘들어지고, 생각나는 단어가 말로 안 나와 다른 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요즘 일은 어떠세요?”
“응. 자립센터 일이 좋아요. 내가 시설에 있어봐서 그런지, 시설에 있는 장애여성들 다 독립시키고 싶어, 시설은 정말 없어져야 해, 그게 제 목표예요.”
 
다음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전글 사람이 사람에게 - 김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