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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여 '뻔뻔' 해집시다 - 시각장애인 방송인 이동우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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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여 ‘뻔뻔’해집시다 - 시각장애인 방송인 이동우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은 후에도 라디오, 연극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개그맨 이동우씨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갑자기 시력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과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의 뮤직드라마 오픈 유어 아이즈 공연이 끝난 극장에서 흰 지팡이를 짚은 그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흰 지팡이’를 짚고 세상에 나서다.
 
 
이동우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뮤직 드라마 오픈 유어 아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년 전 자신의 장애를 방송에서 고백하고 다시금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시각을 잃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힘들었을 상황에서 자신의 장애에 대하여 세상에 밝히고 세상에 나서게 된 계기를 그는 ‘흰 지팡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을 것이라고 들은 후, 그 스스로 나름 미리 준비하는 의미에서 흰 지팡이를 미리 사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흰 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나갈 용기는 가지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색해 할 것 같아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까 싶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질 그런 시선들이 불편했고, 미리 준비해 놓은 흰 지팡이를 선뜻 짚고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싫고, 그래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리 알리면 자신이 흰 지팡이를 짚고 다녀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장애를 방송에서 공개하자 그가 예상하지 못한 큰 반응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장애를 공개한 것에 그렇게 반응할 줄 몰랐다고 하였다. 의외로 큰 반응이 있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격려에 무척 놀랐고 또 힘을 얻었다.
 
 
 
“무척 놀랐고, 힘이 되었다.
‘나도 지팡이를 잡고 세상을 활보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사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봐주는데….
내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 지는 지가 중요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그는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실명한다는 판정을 받고 난 이후로 스트레스로 폭식하여 몸이 많이 불고 또 비만이 되자 몸도 많이 망가졌었다. 하지만 장애를 밝힌 이후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들 보기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운동이 어려워 비만이 많은 편이죠.
사실 가장 쉬운 일이 먹는 일입니다. 집에 앉아서 가장 쉬운 일만 하다 보니 먹기만 하게 됩니다.
내가 그런 것을 경험해보니 이런 모습은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 뭔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연극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극은 그가 막연하게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었다. 시력을 잃으면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하며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연극을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을 계속하면 행동이 되고 행동이 계속되면 습관이 되는 것처럼 그의 생각이 공연관계자들에게 퍼져나갔고, 소박하게 올려보자 하고 시작한 연극이 처음엔 연극으로, 그리고 뮤직드라마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하는 연극을 직업처럼 생각한다고 하였다. 중간 중간 다른 공연도 하겠지만 오픈 유어 아이즈는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하였다.
 
 
장애인들이여 ‘뻔뻔’해 지세요.
 
 
그가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뻔뻔’해지라는 말이라고 하였다. 그 말은 건방진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당당해지라는 말이며,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는 말이라고 하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슬픈데 마음까지 소심해질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장애인 스스로가 거리에 나와 흰 지팡이를 가지고 활보할 때, 뻔뻔하게 다닐 때, 이런 극장에 와서 불편하다고 큰 소리 칠 때, 그럴 때 사람들이 자신들을 봐준다고 하였다.
예전에 프랑스 방송인 이다 도시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이 나라에는 왜 장애인이 이렇게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없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편의시설이 너무 없어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하였다. 장애인들이 그냥 집에 앉아서 왜 이거 안 해줘, 왜 이거 안 달아줘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거리에 나와서 활보하고, 뭔가를 시도하고,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깨지고 해야 장애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을지…. 정말 희망을 가지려면 일단 움직여야 하고 불편하고 힘든 것은 끊임없이 요구해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는 계기는 장애인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른다.
집 안에만 있으면 집 안까지 찾아와 손 내밀지 않는다.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 것 뿐이다.
일어나려고 하는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해주지 그저 주저앉아있는 사람에게 손 내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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