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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년들의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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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년들의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김성은(강남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장)
 
2015년 4월 첫 토요일 오후2시. 불금을 보낸 청춘들의 충전시간이자 즐거운 토요일 밤을 위한 준비시간으로 조금은 한산해야 할 이태원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새 봄옷을 입고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활짝 웃는 청년들이 흰옷을 입은 조금은 긴장한 듯 보이는 사람들의 인솔에 따라 속속들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지난 4월 발달장애인권익지원연대 소속인 서울시 24개의 장애인관련 기관에서 연합으로 클럽파티를 진행하였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파티에는 250여명의 발달장애청년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땀에 취하는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19금이 가능한 어엿한 성인 발달장애 청년. 하지만, 100살이 되도 어린아이로 대하는 사람들.
클럽에 도착한 발달장애 청년들의 첫 관심은 ‘예쁘고 멋진 사람이 어디에 얼마나 있나?’, 두 번째 관심은 ‘술은 얼마?’였다. 비장애인이 클럽에 갈 때 하는 생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에 클럽파티 소식을 전했지만 발달장애인이 클럽에 간다고 어느 누구도 출동하지 않았다. 이렇듯 발달장애인은 신체적 성장과 더불어 법적으로도 연령에 맞게 제한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19금이 가능한 발달장애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위치는 여전히 뜬금없는 말을 하는 어린아이로만 대하고 있다.
 
발달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발달이 평균으로부터 유의미하게 일탈하여 신체적, 정신적 또는 두 가지 영역 모두 심각하고(severe) 만성적인(chronic) 장애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장애로, 적어도 주요 일상생활에서 3가지 이상의 기능에 명백한 제한이 나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주요한 일상생활은 자기관리, 수용 및 표현 언어, 학습, 이동, 자기 지시, 독립생활 능력, 경제적 자족의 7가지 영역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명명되었듯이 발달장애인이라고 모든 일상생활을 못하는 자가 아니지만 자기관리도, 표현도, 학습도, 지시도, 경제활동도 모두 못하는 사람으로만 대하고 있다. 이런 오류는 성인으로서 어엿한 사회구성원인 발달장애인을 단순 구호대상 및 비생산적 대상으로만 치부하게 되며, 그들의 잠재적 생산능력은 가리게 했다. 발달장애인도 기본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경제성 창출을 위해 함께 경쟁하고 상생하는 대상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대한 법률’이 실시되면서,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장애인의 취업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또 안드레아 보첼리(팝페라가수/시각), 템플 그래딘(동물학자/자폐증), 루즈벨트(대통령/소아마비), 이승복(의사/지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를 통해 장애인의 생산성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높아지고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와 달리 발달장애인의 고용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미흡하다. 2014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통계에서 보면 전체 장애인의 경제활동 고용율이 37% 인데 반해 정신적 장애(발달장애, 정신장애)의 고용율은 23.2%로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또한 취업분야가 단순 임가공 및 서비스(식당보조, 청소, 창고정리 등)로 제한적이다.    
 
9년 여간 내가 본 발달장애인, 성실. 열정. 긍정! 그리고 내가 만난 제빵왕 김씨!
사회복지를 공부한 나는 사회복지대학교를 졸업하고 9년 여간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9년 여간 사회재활과 직업재활을 수행하면서 아동부터 성인까지 발달장애인을 생애사별로 만나며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정확하게 보아왔다. 내가 본 발달장애인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해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 또 지시한 것은 싫어도 끝까지 하며 집중하는 분야에서는 비장애인을 뛰어넘는 천재성을 보인다. 그들의 엉뚱함은 지루한 일상을 생각만으로 웃음 나오는 해프닝으로 만들어 준다.

입사 초 내가 근무하는 복지관에서 ‘인간극장’을 촬영했다. 보호 작업장에서 제빵을 배우고 있는 발달장애 인이 주인공이었다. 제과제빵 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혼자 기억하고 수행하는 레시피도 다수 있어 주목도 받고 타이용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스스로 자신은 암기력이 좋다고 말하는 그는 누구보다 일찍 복지관에 출근해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고 제과제빵대회에 나가서도 모든 열정을 다해 참여했다. 그 결과 다른 제과기능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네 빵집에 취업했다. 누구보다 마음을 다해 빵을 만들어서 인지, 방송의 여파인지는 모르지만 대형빵집을 위협하며 빵집이 성황을 이루었다. 그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당당히 취업자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휴무일에는 복지관에 들러 다른 훈련생들을 격려했다. 그에게 5살 지능의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와 똑같은 사회구성원이었다. 그에게 단순한 빵집 청소나 창고정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큰 인력낭비로 느껴졌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취업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진행한다. 선거를 통해 회장을 정하고 모든 일정의 시기와 내용은 자치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가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취업자들이 각자 부담한다. 아직까지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직무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일하고 있다. 때문에 열심히 일한만큼 자조모임에서 나를 위해 투자하고 즐기고 누리고 싶다. 생애 첫 농구경기관람에 감동하고 우리만의 아쿠아리움 관람에 즐거움이 넘쳐난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발달장애 청년과 함께하는 사회!
발달장애인의 지능 발달이 조금 낮다고 해서, 혹은 일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그들의 생산적 능력 및 잠재력 또한 낮은 것은 아니다. 또 비장애인들과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대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잠재력과 생산성을 가지고 있고, 똑같이 성장에 따라 취업을 희망하고 스스로 번 돈을 나를 위해 투자하고 즐기고 싶어 한다.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인이 된 폴포츠의 경우 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직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핸드폰을 열심히 판매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반복적으로 휴대폰만 팔고 있지 않고 폴포츠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오디션 심사위원들은 그의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만 보지 않고 그의 능력을 찾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전세계인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감동했고 폴포츠는 이제 휴대폰을 팔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팔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우리도. 도전을 준비하는 발달장애청년들도 이와 같은 마음과 도전이 필요하다. 긍정에너지와 잠재력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게 될 발달장애 청년과 함께하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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