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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월요병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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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월요병

윤성은(해피넷 사원)
 “5분만... 양치 안해! 싫어!”
 내 동생은 알람이 울리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신처럼 앉아 한참을 엄마의 기상 재촉에 짜증을 내다 양치하러 간다. 여느 집처럼 이렇게 엄마, 나, 동생 우리 세 식구는 각자 왕십리, 분당, 남양주 각지로 출근하기 위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하지만 아침마다 치르는 이 평범한 출근 전쟁이 우리 가족에게는 참 감사한 일상이다.
 올해 24살인 내 동생은 지적 발달장애 1급이고, ‘장애인영농사업단 - 3프로 농장’의 어엿한 직원이다. 내 동생이 이 농장에 채용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갈 곳이 없어진다. 발달장애인인 내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도 다니던 복지관은 노인종합복지관으로 바뀌면서 갈 곳이 없어져서 한동안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출근해야하기도 했었다. 이 당시에는 ‘작업장이나 복지관 어디든 동생이 좀 있을 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었다.
 동생은 복지관직업훈련,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여러 곳을 지원하고 면접 본 후에 작업장 한 곳에서 행주 포장과 조립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만 두게 되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적인 동생에게는 반복 작업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동생은 면접 테스트 때부터 조립재료들을 흩트리고 가만히 앉아서 작업하는 것을 힘들어 했었다. 그래도 엄마와 나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고 나아 질 것이라는 생각했었지만 큰 착각이었다. 적응은 커녕 동생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생전 처음 보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 구토를 하고 대소변을 실수하는 등의 성장이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중증 발달장애인들의 직업적성을 생각해본 비장애인이 있을까? 나 또한 동생의 일이 있기 전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된 후 직업훈련이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게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며, 낯선 환경만 익숙해지면 꼼꼼히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내 동생에게 그러한 집중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지금 내 동생은 나름 적성에 맞는 농사일을 찾았다. 하지만 간혹 동생의 발달장애인 친구들이나 복지관 직업훈련생들 중 울상으로 작업하는 모습과 끊었던 진정제를 다시 먹어가며 출근하는 분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바리스타, 제빵 등의 적성에 맞는 전문 직업을 찾는 장애인들은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흔치않은 일이며, 현재 약 발달장애인 약 90%가 실업상태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24시간 집에 있거나 활동보조가 필요하지만, 국가지원 규모로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그 부담을 가족이 떠안지 않으려면 반복작업이라도 할 수 있는 직업훈련, 보호작업장을 필요로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애환은 취업 후에도 계속 된다. 요즘은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특수반을 개설하는 등 나름 통합교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통합은 아직 먼 것 같다. 중증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것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없다.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정도로 사례가 적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보니 비장애인들이 아직 직장동료로서 장애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가장 흔한 문제는 호칭과 대우이다. 동생이 일하는 농장을 보면 그 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동료들끼리도 ‘언니, 누나, 오빠, 형’등 서로의 호칭에 굉장히 예민하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은 봉사활동 할 때도 자신보다 나이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유치원생 대하듯 하는 일이 많다. 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있어 실례되는 부분이기에 봉사활동 사전 교육 시에도 강조된다.
  존칭문제 외에 애로사항으로는 업무 외 직장문화가 있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업무가 유난히 힘든 순간 친한 동료들과 잠시 티타임을 갖기도 하고 일이 끝나고 간단히 저녁 한 끼, 맥주한 잔 하는 일들이 있다. 동생도 농장에서 점심식사 후에는 동료들과 믹스커피 한잔은 필수코스이고, 일이 힘든 날이면 집에 와서 엄마와 나에게 맥주를 권하면서 은근슬쩍 자신도 한잔 따라 마신다. 그러나 비장애인 동료와 함께 근무하는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흔히 발달장애인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비장애인들이 말을 걸기 어려워하거나,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대화자체를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기에 쉬고 싶은 순간이 있고 직장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가족보다도 공감할 수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동생의 농장에서도 한 번씩 바비큐 파티나 부모님들까지 모여 회식 할 때면 꼭 본인들끼리 앉아 토마토 딴 얘기, 누가 숨어서 땡땡이 친 얘기 등등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에서는 권해도 안 마시는 맥주, 막걸리 한잔씩 따라 건배사도 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직장인들이다.
“oo씨, 같이 잠깐 쉬면서 커피한잔 하실래요?”
“주말에 쉬고 월요일 출근이 제일 힘들지 않나요?”
 발달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하는데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떠나 함께 일하는 동료로써 발달장애인 동료가 직장에 쉽게 적응하고 함께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 차 한 잔 함께 할 수 있는 배려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란다.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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