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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어떻게 대피하십니까?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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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어떻게 대피하십니까?

박민영(통통기자단)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은 약 260만 명이다. 날이 갈수록 장애인을 위한 저상 버스, 휠체어 레프트, 나드리콜(장애인을 위한 택시)이 마련됨에 따라 대한민국의 복지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피난상황에서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미흡하다. 따라서 장애인의 생명권에 대한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본인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애인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을 확률이 260%임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장애인의 생명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일이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아파트로 이사 온 필자는 엘리베이터를 자주 애용했다. 며칠 전에 엘리베이터 점검이 있어서 비상구문을 열고 계단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도무지 문이 열리지 않아서 몹시 당황했었다. 어머니께 문이 안 열리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여쭤봤더니 어머니가 “힘으로 엄청나게 확 밀어야 해”라고 말씀하셔서 있는 힘을 다해 밀었다. 그제서야 겨우 문이 열렸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힘들게 문을 열어도 저 정도인데 비상구는 목숨이랑 직결되어 있으니까 문이 가벼워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옆집에 아주 어린 꼬마아이들도 살고 있는데 걔네들은 평소에 보호자가 없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하지?’ 그러다가 문득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는 절대로 탈 수 없을 거고 문은 있는 힘을 다해 겨우 연다고 해도 계단을 어떻게 내려갈 지 몹시 걱정스러웠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있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청각장애인이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우두커니 집에 있다가 참사를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었다. 또한 혼자 있는 시각장애인이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아파트 내에서도 점자블록을 따로 설치해야하는데 대다수의 아파트 내에 점자블록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참동안 고민했다. 이 고민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 매우 심각한 일이었음을 깨닫기 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전에 대해서는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필자에게도 안전 불감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이 났는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 불감증은 매우 심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안전 불감증에 대한 자각이 없는 편이라 안타깝다. 며칠 전에 영국 런던에 있는 ‘그렌펠 타워’ 아파트 대참사가 있었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이었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입주민 피해자 대다수가 저소득층, 이주민, 장애인이었다. 그 중에서 화마를 무릅쓰고 장애를 가진 엄마를 업고 24층을 내려온 아들도 있었다. 장애인이 안전하고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또는 보조기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부축하거나 업고 뛰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피난기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위한 KE-Chair,청각장애인을 위한 경보기가 있다. KE-Chair는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이 엘리베이터 사용할 수 없을 경우, 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내려갈 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의자에 앉아서 가슴, 허벅지, 발 벨트를 맴으로써 고정시키고 속히 대피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긴급상황을 알리는 센서 등이 작동하게 되면 그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할 수 있다. 앞으로 더더욱 장애인을 위한 피난기구가 발전되어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도 대피할 수 있길 기도한다.
 현재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는 실제로 법안이 제정되어있고 교육까지 시행 중인 상태이다. 한국의 경우는 2012년도부터 보급을 시작하였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국적으로 소재해있는 모든 동,읍사무소에 거주 장애인 현황에 대해서 파악한 후 수요에 따라 수요자의 주거환경에 배치해둘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국에 소재중인 복지관장들과 협업해서 대피훈련을 따로 실시하거나 동사무소에 보조기구를 받을 수 있는 팸플릿을 배치해두거나 홍보영상을 만들어서 보급해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본인이 스스로 대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사람들이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안전 불감증을 자각하고 더더욱 큰 인재를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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