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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꽃이 피는 현장에 서보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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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꽃이 피는 현장에 서보다

김선영(인클루시브 패션쇼 모델참가자)
 지난 9월 14일 가을내음이 바람에 묻어나던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A+ Festival이 열렸다. 이 축제의 일환인 사단법인 꿈틔움이 주관한 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 ‘아름다움을 아우르다’에 모델로 서 보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내가 무대에 서는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다. 무대에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자신의 멋을 보여주는 자리이기에, 내적인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 손짓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모델로 참가한 다른 분들이 편안하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가졌던 장애인 의복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상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옷을 착용하거나 탈의할 때,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비장애인도 불편한 한복을 장애인이 입는다는 게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신체부위에 한복이 잘못 착용되기라도 하면 아픔을 느낄 수 있기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 걱정과 달리 함께 참여한 장애인 모델분들은 행복한 미소로 런웨이를 완벽하게 마쳤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과 함께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제가 참가한 패션쇼는 여러모로 정말 의미가 깊은 패션쇼였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장애인 의복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게 만들어줬고, 각기 각계에서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비전문 모델인 사람들이 이번 패션쇼에서 모델이라는 역할에 아우러져 ‘실수가 있을 수 없는’ 패션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한 사람이 미리 계획하지 않았던 포즈를 취했다 해도, 파트너가 상대방의 포즈를 보며 맞춰나갔기 때문이다. 무대는 '아우름'이라는 주제로, 문화예술스포츠 아우름, 세대국경경계 아우름, 지식의 아우름의 총 3가지 무대로 꾸며졌다. 대학생인 나는 고등학생인‘이기섭’학생의 멘토 역할로 세대‧국경‧경계 아우름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기섭 학생은 뇌병변 2급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오른쪽 편마비를 겪고 있어서 생활할 때 주로 왼쪽 다리를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오른쪽 신체의 활동량이 줄고 다리의 길이가 짧아져서 보행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기섭학생은 다리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서도 무대에서 멋있고, 완벽하게 포즈를 구사해냈다. 기섭학생이 입었던 한복과 내 한복은 신한복으로 전통한복은 아니었다. 기섭학생은 청바지와 흰 티에 붉은색 여임 배자를 입음으로써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흰색 셔츠에 왕실여성이 착용하던 대례복 중 하나인 스란치마를 응용한 다홍색 허리치마를 착용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당당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무대에서 어떤 포즈를 구사할 지에 대해선 박둘선 슈퍼모델이 지도를 해주었다. 무대에서 기섭학생과 나의 포즈에는 총 세 가지의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천천히 걸어 나가다가 중간지점에 멈춰서 관중한테 정중히 인사를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무대의 탑 부분에 서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포인트는 무대 뒤로 돌아가다가 다시 중간 지점에서 멈춰서 무대 앞으로 보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다. 기섭학생과 무대에 서면서 패션쇼의 열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패션쇼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모델 각자의 멋있는 모습에 매료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서 서로를 이끌어주는 과정은 소통의 열매가 되었고, 어느새 관중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소통의 꽃이 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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