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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disabling Society”, 성장을 택한 뉴질랜드의 장애인 정책을 만나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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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disabling Society”, 성장을 택한 뉴질랜드의 장애인 정책을 만나다

구혜진(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인턴)
 뉴질랜드 장애지원처(Office for Disability Issues, ODI)는 지난해 기존 장애인 정책의 인도주의적 접근을 수정한 새로운 장애 정책인 <뉴질랜드 장애 계획 2016-2026>을 발표하였다. <장애 계획 2016-2026>은 ▲교육 ▲고용과 경제적 안정 ▲건강과 웰빙 ▲권리 보호와 정의 ▲접근성 ▲사회적 인식 ▲자기결정권 ▲리더십의 8개 분야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특히 장애인 생산가능인구의 경제 활동 참가를 늘리기 위한 접근이 핵심적이다. 뉴질랜드 고용주의 97%가 장애인들이 채용 기회, 임금 수준 등 경제생활 면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주의 입장에서 생산성의 감소, 높은 결근율, 추가적인 비용 등이 현실적인 장벽이 된다. 정부는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무작정 강제하기보다, 그러한 현실적인 장벽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 직원의 생산성이 낮다면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정부가 임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휠체어 등 직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먼저 장애인 인적 자원 활용에 앞장서서 장애 청년들의 공공 분야 고용을 늘리고 있다. 고용의 양적 증가에 힘쓸 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원들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포괄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현장 관리자나 HR담당자들을 교육, 지원하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장애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들이 훗날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전문적 지원을 통하여 평등한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뉴질랜드의 정책적 노력은 장애인의 권리 증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라는 도전 앞에서, 장애인의 경제 활동을 증가시켜 복지 지출은 줄이고, 국가 경제의 규모는 늘리는 방안을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경제연구소(NZIER)는 올해 2월 발간한 보고서 <Valuing access to work>를 통하여, 장애인구의 실업률(9.2%)를 전체 인구 실업률(6.1%) 수준으로 낮추면 실질GDP가 14억 5천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조 1700억원) 증가하고, 장애인 교육의 질을 높여 장애인구의 생산성을 2% 증가시키면 8억 6천만 뉴질랜드달러(약 7000억원) 증가한다고 추산하였다.
 <뉴질랜드 장애 계획 2016-2026>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목표가 아니다. 전문가 자문과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두 차례의 공공자문, 그리고 장애 청년들이 모이는 당사자 단체들과의 논의를 통하여 세워졌다.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결정된 정책의 모든 내용을 홈페이지에 큰 글씨, 뉴질랜드수어(NZSL), 오디오, 점자 뿐만 아니라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이해를 쉽게 만든 버전까지 다양한 버전을 게시하여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모든 장애인이 장애 정책을 결정할 수 있고, 또 알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모습이, 단순히 종이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사회적 노력으로서의 장애 정책이 아닐까.
 <뉴질랜드 장애 계획 2016-2026>이 제시하고 있는 핵심적인 비전은 ‘장애를 만들지 않는 사회(non-disabling society)’다.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그 자체가 아닌, 사회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표현이다. 장애란 손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가 만들어 낸 불평등한 장애물을 만날 때 생겨나는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장애물을 없애기 위한 노력 역시 사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장애인이 평등한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뉴질랜드 전체가 함께 노력한다”는 선언에는 장애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 의식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장애를 만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을까? 학교와 직장, 거리와 건물들, TV방송과 인터넷, 사회적 인식… 누구나 안락하고 편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가장 일상적인 장소와 순간들마저 여전히 거대한 장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 그만큼 우리는 장애인 공동체 구성원들의 잠재력과 사회적 기여를 놓치게 된다. 성장과 분배 사이의 낡은 딜레마에서 벗어나, 이제는 장애의 장벽을 낮추고 모든 이들의 능력를 살려 함께 성장해가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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