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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의 경험과 그 후의 생각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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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의 경험과 그 후의 생각들

이영현(한국외국어대학교)
  잔잔하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긴 패션쇼 런웨이. 그 날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의상을 입은 각자의 매력을 가진 여러 모델들이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선보였다.
  2017년 9월 14일 광화문 광장 메인 스테이지. ‘2017 장애인 문화예술축제’가 열린 그곳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 되었고, 그 중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행사가 있었다.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과 통합’을 모토로 한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한복 패션쇼이다.
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의 경험과 그 후의 생각들 관련 이미지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의 관계 속에서 차이를 포용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미국, 대만, 일본에서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한다. 역사적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디자인을 통해 소외된 계층을 포용한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예를 들면 장애인을 위해 욕실 캐비닛 높이를 낮춰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필자가 패션쇼 당시 착용했던 한복은 신랑과 신부의 백색 웨딩 한복으로, 특히 신부의 한복은 지퍼로 처리되어 있어 입고 벗기 편한 디자인을 자랑하였다.
  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를 포함한 장애인 문화예술축제는 2008년부터 시작해 2017년 9회째를 맞이한 나름의 장수 행사이다. 2017년 9월 9일, 영광의 제 9회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패션쇼를 5일 정도 앞두고 사전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날 사전 교육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로 활약하고 계시는 패션쇼 파트너 신은애님을 처음 뵙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패션쇼의 시작에 앞서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신 발달장애인 피아노 병창 소리꾼 최준님 등 쇼를 빛내주신 다른 모델 분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슈퍼모델 출신 박둘선님의 지도아래 본격적인 패션쇼 연습이 시작되었다. 파트너와 처음 만나는 어색함, 그 어색함 속에 손을 잡고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어려움, 장애가 있는 파트너를 부드럽게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 평생 해본 적 없는 모델 미소와 걸음걸이, 무대 동선 암기 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어색했고, 또 쉬운 것은 없었지만, 인클루시브 한복과 장애인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사회에 선전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패션쇼 당일, 학교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광화문에 도착해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친 후, 헤어와 메이크업을 끝내고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대기하였다. 실수하지 않고, 무대에 누를 끼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긴장하고 걱정하며 시작한 무대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문적인 모델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연습 때 지적받았던 빠른 걸음, 딱딱한 미소, 손동작 등에 계속 신경 쓰며 차례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는 안도감에 기쁘기도 하였다.
인클루시브 한복 패션쇼의 경험과 그 후의 생각들 관련 이미지
  당연하듯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것은 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은 모두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 개인의 능력은 모두 다르다. 같은 운동이라고 하더라도 발로써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찰 수 있는 사람이 손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신은애님을 포함해 이번 패션쇼에 서주신 장애인 모델 분들은 이전 장애인 문화예술축제의 패션쇼에 꾸준히 참석해 오신 베테랑 분들이셨다.
  이날 관객 분들이 겉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런웨이를 바라보실 때, 분명 비장애인의 도움이 약 30초가량의 워킹에 큰 여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둘 사이의 의사소통과 호흡이 가장 중요했고, 오히려 신은애님께서 능숙하게 진행해주신 덕분에 필자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느낌도 강했다.
  결국 모든 능력은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연습했고, 노력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처음부터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며, 특히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볼 때 처음부터 능력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버려선 안 된다. 이 날 무대를 빛내주셨던 모든 장애인 분들이 사회에서 피아노, 작곡, 소리,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빛나고 계시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고, 해주어야 하는 것은 편견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장애인과 동등하게 연습하고, 노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밑바탕을 그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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