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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국민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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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국민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옥 /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센터장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고용안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 저변의 크고 작은 갈등과 이슈를 만들고 청년부터 장년,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일자리가 바로 복지’라는 등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 장애인 문제는 어떨까? 보다 복잡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자리 기근에다 장애라는 또 다른 사회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장애인 의무고용보다는 고용분담금을 내는 방법을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설혹 채용을 한다고 해도 고용안정이 보장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을 우선 고려한다. 이러한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장애인 직원에 대한 인사관리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능력 부족 등의 문제는 장애와 비장애의 문제라기보다 개인 인성과 능력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자신의 생각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모양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장애인체육 정책과 주요 대회를 주관하는 곳이다. 당연히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과 조력자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직원 상당수도 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과의 업무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나 불편은 없다. 오히려 장애인 선수나 직장 동료의 덕을 보는 편이다. 프로야구 단체 관람은 뭐니 뭐니 해도 휠체어 동료와 가야 좋은 자리에서 즐겁게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직장에서 장애인 동료가 생기면 이동 동선이나 편의시설 접근성 등에 있어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혜안을 갖출 수 있다. 더 나아가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편리한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장애인 동료를 가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권감수성’에 대한 필요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산업화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등 지상주의, 성과 지상주의, 그리고 남을 밟고 일어서는 ‘성공’에 대해 관대했다. 그 결과로 값비싼 대가를 치뤘다고 본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 흙수저와 금수저로 나뉘는 사회 양극화 문제, 그리고 자살율이 높은 불행한 나라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 꽃이어야 할 정치와 선거조차 도덕성과 가치보다는 상대를 흠집 내는 능력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랑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 가진 능력과 가치에 대해서 들여다 볼 줄 아는 능력은 사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사회가 이제는 장애인 동료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아낌없이 투자도 해야 한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지난 3월의 평창 패럴림픽을 한번 돌아보자. 필자 역시 현장에서 믿어지지 않는 장면을 너무도 많이 목격했다. 우리는 그동안 장애인 인식에 있어서만큼은 우리사회와 국민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이 10일간의 평창 패럴림픽 기간 동안 밝혀졌다. 우리 국민들은 바로 문 앞에서 장애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어떻게 맞이해야 되는지를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다.

  의족을 한 아이스하키 한민수선수가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외줄을 타고 마지막 성화에 불을 붙였듯이, 평창을 위해 자신을 불살라 온 장애인 국가대표선수들이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었던 것이다.
  평창패럴림픽은 끝났지만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일 준비는 이제 본격 시작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물론 장애인도 이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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