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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기억할 수 있는 것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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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기억할 수 있는 것들

최준 엄마 모현선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파랗디 파란 하늘과 수줍은 듯 미소 짓는 볼 빠알간 몽골의 아이들.... 테를지의 밤하늘은 별들의 집이라는데 아마도 몽골 보육원의 아이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는 우리들 마음속의 테를지가 아닐까? 그 눈동자 별을 지붕삼아 오늘밤도 몽골의 별을 닮은 아이들을 만나러 가본다.

  출발 며칠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이번 봉사활동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해외봉사활동과 공연은 처음이라 막연한 기대를 안고 인천공항 출발지에 도착했다. 낯선 사람들과 처음 방문하는 몽골에서 여러 날을 잘 지낼 수 있을지 약간의 긴장감과 어색함은 트렁크 한 구석에 살짝 얹어두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나의 아들 최준(1990년생, 발달장애 2급, 작곡가, 피아니스트, 피아노병창)은 몽골에서의 공연을 그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을 생각에 이미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사실 8박9일 동안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EBS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던 몽골의 초원과 우리를 닮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언젠가는 몽골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나는 아들을 잘 둔 덕분에 봉사와 공연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석삼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첫 째 날이 밝았다. 전날 늦게 도착했지만 몽골에서의 아침을 빨리 보고 싶은 기대감에 눈이 번쩍 떠졌다.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러가는 길은 지금껏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색다른 풍광이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던 몽골의 속살 속으로 순간 이동한 듯 비현실적인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숙소가 있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자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그림처럼 나타났다. 나무 한 그루 없이 저 멀리 서있는 산들은 얇은 풀 옷을 입은 듯 보드라워 보였고 그 옆에 무심한 듯 던져져있는 게르와 작은 집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말과 소, 양떼들....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보육원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몽골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복패션쇼와 공연을 위해 며칠 동안 우리 측 중고등학생들은 하루도 빼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 UCC영상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느라 정말 열심이었다. 그 활동 내내 미용 봉사 팀이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예쁘게 해주려는 엄마의 마음으로 보육원아이들과 보육교사까지 모두 정성껏 머리를 자르고 다듬어 주셨다. 머리와 예쁘게 메이크업까지 마친 아이들은 마치 캣워크를 걷듯이 허리를 쭉 펴고 살짝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모습에 마냥 즐거워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예쁘게 해주시려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더 따뜻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또 한편에서는 패션쇼에서 한복을 입기로 선정된 아이들이 나는 한복을 입는다며 자랑을 한다. 아이들의 치수에 맞춰 옷을 줄이고 늘이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님에도 함께한 교수님들께서는 고치고 다듬고 다리는 일에 열중이셨다. 한 아이라도 즐거운 기억과 시간을 갖게 해주시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봉사활동의 마무리와 공연이 열리는 날, 아침 일찍부터 보육원아이들의 머리와 메이크업, 한복정리로 모든 분들이 정신없이 바빴다. 몽골의 전통복을 입은 아이들이 무대에 나와 깜짝 놀랄 만한 기예공연을 보여주었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몽골 화동들은 한국아이들 못지않게 예쁘고 귀여웠다. 뒤를 이어 등장한 임금님과 신랑신부들의 등장으로 한복은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옷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이어서 봉사자로 간 중고등학생들과 몽골 학생들의 그룹댄스타임~ 짧은 시간 안에 같이 맞춘 안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은 춤에 흠뻑 빠져 노래를 부르며 열심인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박마루 선생님의 시원스런 진행과 노래솜씨로 분위기는 점점 흥을 더해갔다. 최윤택 선생님과 박니나씨의 대금 연주는 무대에 선 모습만으로도 감동이었고 대금소리에 또 한 번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무대에 서는 것을 늘 즐기는 준이 차례가 왔다. 피아노와 판소리 사랑가, 화초장, 정가를 불렀는데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아마도 보육원 뒷산에서 연습할 때 아이들이 둘러앉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좋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고, 예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집중해주는 동생들이 너무나 예뻐서 보답이라도 하듯이 열심히 공연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 내 뒤에 앉아 있는 준이는 열심히 작곡중이다. ‘몽골의 아이들’, ‘몽골의 하늘과 바람소리’, ‘울란바토르의 게르’ 등 몽골의 추억을 음악으로 만들고 있다. 보고 느끼고 체험해 본 모든 것들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은 모양이다.
  곡이 완성되면 같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생겨나는 것이니 우리의 행복도 한층 더~

 

몽골해외봉사를 다녀와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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