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안 것은 3살이 넘어서였다. 아이의 엄마는 여러 곳의 병원을 다니고서야 조금은 느린 듯한 아이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무렵부터 엄마는 아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릴 때 봤던 그 아이는 이제 청년이 되었다. 친척이라는 게 그런가 보다. 집안 행사가 있지 않으면 애써 서로 찾지 않는, 가까운 이웃보다 못한 그런 관계.
서로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닌데 각자의 삶을 살다 보니 어릴 때 봤던 아이가 그새 청년이 되어있었다.
드문드문 소식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안부만 전하며 보낸 세월이, 이렇게 멀리 와 있다는 사실에 서로가 미안한 마음이었다. 조카에 대해 조금 더 마음을 써주지 못한 내 쪽이 그 미안함의 무게는 더 컸다.

졸업하고 아들 취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촌 동생에게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회사도 많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욱이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조카를 위해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회사들에 대해 알아보던 중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모범적인 회사를 알게 되었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직장 내 동료들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향한 시선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한 어려움을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배려이다.

내가 알게 된 이 회사는 자폐인의 부모, 직업재활사/사회복지사 등 발달장애인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발달장애를 모르던 직원들도 쉽게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 속에 함께 일하는 환경은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해 속에 만들어진 작업환경은 장애인들로 하여금 직장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가지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한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장애인 채용을 하고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앞으로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충분히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고 평생 직업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 직장 내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게 맞는 전문적인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특기를 가지고 있다.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훈련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조카를 위해 찾던 중 만난 이 회사의 경우 발달장애인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구성하여 작업 과정을 세밀하게 나누어서 단순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곁에 이런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회사를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들의 직장문제로 걱정하던 친척 동생은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없다는 말에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그 불편한 시선 때문에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일하는 곳에서는 얼마나 더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이런 좋은 환경 속에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했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환경~그 환경이 좋으려면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불편한 시선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시선이 버려진 자리에는 이해와 배려가 앉기 마련이다. 이런 정서적인 변화를 통해 환경적인 불편함도 해결되는 구체적인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환경~ 결코 어렵지도, 많은 것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은 변화와 조금의 배려만 있으면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즐겁게 일하는 조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