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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도 너의 꿈을 세상에 그리렴!
작성자 mg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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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도 너의 꿈을 세상에 그리렴!
임경신(한부열 작가 어머니)
「아들아, 오늘도 너의 꿈을 세상에 그리렴!」은 박선영 자폐행동센터 교사와 힘을 합쳐 쓴 나의 아들, 라이브 드로잉 화가 한부열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을 지필하면서 많은 자폐인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한부열 작가(이하 ‘한 작가’)는 자폐2급의 장애인입니다. ‘자폐’라는 단어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린 시절 한 작가는 엄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고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대는 등의 통제가 불가능한 극단적인 강박 증세를 보이며 세상과 교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자폐성향을 가지고 있는 한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몇 시간이고 집중력을 보이는 한 작가는 그림으로 세상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욕구와 생각들을 표현합니다. 그림은 그가 바라본 세상을 묘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한 작가는 세상과 공유하기 위한 발판을 그림을 통하여 찾아냈고,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가며 작품세계를 확장해 왔습니다.



한 작가가 세상을 보는 독특한 방식은 그의 작품 속에 녹아져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며 다른 사람에게 인사할 때는 그 모습을 흉내 내었습니다. 그 사람의 손바닥이 자신을 향했던 것처럼 자신의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도록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였던 것입니다. 지금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과 똑같이 손바닥을 바깥으로 하여 인사를 하지만 여전히 그가 그린 그림 속에서는 손바닥이 아닌 손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 작가의 작품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시각들이 수없이 많이, 작고 작은 디테일들로 드러나 있습니다. “부열이는 시력이 한 5.0 정도 되는 것 같아.” 라고 한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처럼, 그는 비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절대 보지 못하는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봅니다.

또한, 한 작가의 작품에는 자폐성 장애인의 강박증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극도로 정교하며 침착함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나타나는 강박증은 예술로써 내부적 통합을 이루어 갑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선들이 선명하게 살아있고, 그림의 형태는 대칭적이며 반복적입니다. 이러한 그만의 독특한 기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하게 빠져들게 합니다. 자폐성 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 시각이 그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단단히 구축한 것입니다. 한 작가만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원샷 원킬’입니다. 작가는 30cm 자를 이용하여 빠른 드로잉으로 작업을 하는데, 펜을 잡으면 놓지 않고 한 번에 그림을 완성하며 그려나가는 동안 그림을 지우거나 수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이 겹쳐져 있고, 앞과 뒤를 모두 평면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작품 특징은 입체파를 연상시킵니다.

자폐라는 장애를 갖고 있지만 국내 라이브 드로잉 1호 화가가 된 한 작가는 중국 청도, 동대문 DDP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15 KPAM 대한민국미술제’에 유일한 장애인 화가로 참여했으며, SK 이노베이션 본사 등지에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통하여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어도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 낼 수 있다면, 분명 이 세상의 소통과 연결되어진다고 확신합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그림으로 세상의 공감을 얻어내는 아들을 키우면서 부족한 것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고 부족한 것이 아닌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정한 목표가 행복한 삶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바로 부모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도록 밀어줄 테니 말입니다. 한계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폐 장애를 치료와 제재의 대상으로 보고 장애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특수교육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찾아주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천천히 이루어 낼 것입니다. 「아들아, 오늘도 너의 꿈을 세상에 그리렴!」, 이 책을 통해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펼치도록 믿고 도와주면 작은 기적을 체험할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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