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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버스 무릎은 안녕하신가요?’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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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버스 무릎은 안녕하신가요?'
전혜연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당신네 버스 무릎은 안녕하신가요?'

만약 당신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분명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냐고 먼저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하와이에서 버스를 몇 번 이용해본다면 이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하와이에서 몇 달간 생활하면서 나의 이동수단이 되어준 것은 당연 버스였다. 처음엔 버스이용이 낯설고 요금 내는 것도 조심스러웠지만, 조금 지나니 금방 적응이 되었다. 무료 환승도 이용하고 한 달 정기권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버스 이용이 익숙해지면서 버스 편의시설에 자꾸 눈길이 갔다. 의외로 휠체어 또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버스타기엔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들이 버스 이용하는 것을 자주 마주치게 되었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보행기나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속도가 느린 노인, 버스에 타기 위해서는 리프트를 작동시켜야 하는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시간에 쫓기는 출근시간에도 그랬다. 버스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와도, 버스에 장애인이나 노인이 타고 있으면, 당연히 그들을 태우기 위해 시간이 지체되었거니 하고 수긍하는 듯 했다. 그 부분이 인상 깊어서 하와이에서 친해진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하와이 버스는 무릎 꿇는 것을 아니?" 라는 게 아닌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 뭔 소린지 싶었다. 친구가 웃으면서 하와이 버스에는 'KNEELING' 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다고 알려주었다.
 
[사진 1] Kneeling Bus : 버스 문 옆에 Kneeling, Ramp 표시가 되어 있다.
 
Kneeling bus는 신체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승강문을 낮출 수 있는 버스를 말한다. 하와이 호놀룰루의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 그리고 관광객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전차 형태의 트롤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과 기차는 없다. 승용차 이용이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이지만 운전을 할 수 없거나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은 시민들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하와이 호놀룰루의 버스는 The Bus 라는 브랜드명을 가지고 있으며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약 80여개의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버스 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그리고 버스노선이 닿지 않는 곳에 거주하는 장애인, 노인들을 위한 The Handi-Van Service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호놀룰루 버스는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편의시설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Kneeling bus와 Lift bus이다. 즉, 호놀룰루의 모든 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려면 저상버스 시간에 맞추거나 그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과는 달리 하와이에서는 단지 버스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승하차할 때 버스가 서서히 승강문 쪽으로 기울고 낮아지는 것을 경험해보면 '아, 이게 무릎을 굽히는 거구나.' 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사진 2] 버스 내부 : 앞에 보이는 좌석을 접으면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자리가 나온다. 좌석 창문에는 노약자 석이라는
안내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 3] 이름 모를 그녀는 여느 때처럼
버스를 이용해 등교한다.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면 버스 앞쪽의 좌석을 들어 올려 휠체어 탑승석을 만든다. 그리고 버스기사가 직접 휠체어를 그 자리에 거치시키고 안전벨트를 채워 고정하고 버스를 출발시킨다. 장애인이 하차할 때는 안전벨트를 풀고 장애인을 하차시키고 좌석을 원위치 시키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부러웠던 것은 이러한 과정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는 점이었다.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한 버스기사의 태도들도, 다른 승객들의 반응도, 또 노인이나 장애인 당사자도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과정이 전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거니와 장애인이 버스를 한번 타고 내릴 때 쏠리는 관심과 시선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그만큼 지역사회 속에서의 장애인의 일상적인 활동이 한국보다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더 지나치기 쉽고 쉽게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약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대중교통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중교통은 얼마나 장애인이나 노인 등 대중교통 약자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다시금 관심을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버스는 대중교통 약자들을 위해 무릎 굽힐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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