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마주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마주寶記(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스리랑카에서 희망을 울리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전연구원
첨부파일

스리랑카에서 희망을 울리다

이윤호(군산제일중, 장애인인식개선 퀴즈대회 왕중왕전 우승자)

‘둥, 둥, 둥’
북소리가 한가득 강당에 울려 퍼졌다. 내가 참석했던 ‘희망의 큰 북을 울려라’ 퀴즈대회의 북소리이다. 그리고 그 큰 북을 울리는 것은 1등을 거머쥔 내가 휘두르는 북채이다.

지난 5월 전북대학교에서 진행된 청소년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 퀴즈대회에서 나는 우승을 했다. 우승자의 상품은 해외교류활동 ‘함께하는 우리’ 의 참여기회였다. 곧 스리랑카로 떠나게 되어 설레던 7월 중 전국 각 지역에서 진행된 희망의 큰 북을 울려라에서 1등을 한 학생들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장관상배 왕중왕전이 진행된다는 공지를 받게 되었다. 해외교류활동 참여 기회에 이어 고용노동부장관상이라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리고 7월 23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진행되었던 ‘희망의 큰 북을 울려라 왕중왕전’ 에서 나는 또 당당히 1등을 거머쥐고, 다시 큰 북을 울렸다.

 

스리랑카에서 희망을 울리다 관련 사진들

 

‘둥, 둥, 둥’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리랑카에서 활동하게 될 보육원이 어떤 곳인지 사전과제조사로 알고 있었지만, 내 가슴은 한없이 울려댔다. 보육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스리랑카 인사말인 ‘아유보완’ 을 계속 되뇌었다. 보육원 청소년들을 만나면 스리랑카 인사말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우리가 향했던 보육원은 바지라 스리 아동개발센터(Vajira Sri Children‘s Development Centre)였다. 우리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에 왔고, 우리의 목표는 이 보육원의 친구들에게 카메라 작동법과 UCC제작법을 알려주고, 함께 UCC를 제작해 모든 보육원 친구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영상을 상영하는 것이었다. 보육원 친구들이 UCC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걱정이 되었다.

보육원에 거의 다가갔을 때 버스가 움직일 수 없어 우리는 모두 버스에서 내려 보육원까지 걸어갔다. 5분정도 걸어가자 보육원이 눈에 들어왔다. 보육원은 넓은 운동장과 식당, 숙소까지 규모가 꽤 컸다. 입구에서 보육원 관계자 분들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보육원 안에 마련된 활동장소에 들어가자 보육원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사전조사에서는 198명의 아이들이 재원 중이라고 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기간은 방학 중이어서 많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100여명의 아이들만이 있었다. 스리랑카 친구들의 모습은 다른 스리랑카 사람들처럼 피부색이 진했고, 조그만 꼬마들부터 내 또래의 친구들까지 있었다. 모두의 앞에서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이 끝나자 우리와 UCC 제작을 함께할 15명의 친구들만 남았다.

 

스리랑카에서 희망을 울리다 관련 사진들

 

함께하는 우리 봉사단과 스리랑카 친구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활동하였다. 팀별로 모여 서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스리랑카 친구에게서 내 이름을 스리랑카어로 쓰는 방법을 배웠다. 어느 정도 친해진 후에는 UCC 제작을 위한 스토리 구상을 함께 하였다. 히어로물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 서로 배역을 정할 때, Who wants to be a hero?(누가 영웅이 되고 싶니?) 라는 말에 쑥스럽게 쭈뼛쭈뼛 손을 들던 스리랑카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다음 날, 다시 찾은 보육원에서 우리 팀은 모두 UCC에 배우로 참여하였다. 우리 봉사단원들과 보육원 친구들 간에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리랑카 친구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연기를 해주었다. 소스 촬영을 맡았던 나는 초반에 촬영 방법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츰 적응해 나가면서 만족스럽게 촬영을 마쳤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곳에서 촬영을 하며 돌아다녔지만, 한국이 폭염으로 들끓을 때 스리랑카로 떠나서인지, 엄청 더울 것이라는 연구원 스텝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위보다도 이날 저녁의 UCC 편집이 우리에게 고생을 안겨주었다. 촬영한 영상만으로는 우리가 의도했던 내용을 다 연출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성을 일정 부분 수정한 후, 배경음악을 넣고 UCC 제작을 마무리했다.

보육원에서의 마지막 날, 보육원 친구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우리가 함께 제작한 UCC를 상영했다. 아쉬운 점이 많은 영상이었지만, 다행히 보육원 친구들은 우리 동영상을 재미있어했다. UCC 상영이 끝난 후, 보육원 친구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퀴즈대회를 진행하였다. 내가 우승했던, 스리랑카에 갈 수 있게 해준, 그 대회를 스리랑카 보육원 친구들에게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나는 참여자가 아닌 진행자였다. 스텝이 되어 탈락자를 거르는 등 퀴즈대회 진행을 도왔다. 스리랑카어로 통역되어 나오는 장애와 관련된 일반상식 문제에 맞춰 보육원 친구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퀴즈를 풀었다. 탈락자가 나오고 문제의 정답을 맞힌 아이들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꿨다. 보육원 친구들은 생각보다 문제를 열심히 풀었고, 5명이 남아 접전을 벌이다 퀴즈대회의 1등이 탄생하였다. 아쉽게도 이곳에는 큰 북이 없어 우승자가 직접 큰 북을 울리는 대신 ‘둥, 둥, 둥’ 거리는 큰 북 음향소리로 대신하였지만, 한국어인 ‘희망의 큰북을’에 맞춰‘ 울려라!!!’ 로 화답하는 스리랑카 친구들의 외침이 북소리보다 더 크게 보육원을 가득 메웠다.

 

스리랑카에서 희망을 울리다 관련 사진들

 

‘둥, 둥, 둥’
우리를 배웅해 주던 보육원 친구들과의 따뜻한 포옹을 통해 서로의 가슴의 심장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UCC를 직접 제작해보고, 스리랑카 친구들에게서 현지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여기서 배운 UCC 제작 기술을 통해, 다른 UCC도 한번 제작해 보려고 한다. 또한 다른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 이 다짐들은 스리랑카 친구와의 포옹으로 들려온 심장소리와 함께 잊지 않으려 한다. 아직도 ‘둥, 둥, 둥’ 설레는 소리, 희망의 소리, 가슴의 소리는 귓가를 맴돌고 있다.

다음글 인클루시브 패션쇼, ‘한복, 소통으로의 초대’
이전글 미국의 장애인 고용 캠페인 What Can You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