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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신이 실험 정신이 되지 않는 세상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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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신이 실험 정신이 되지 않는 세상
 
 
박준범(YTN PD)
 
EBS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방영하는 '지식채널e'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2005년 첫 방송을 시작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듬해는 방송프로듀서연합회에서 매년 시상하는 한국방송프로듀서대상 실험정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7, 대한민국에서 초등으로 산다는 것'편은 EBS 프로그램 다시보기(VOD) 누적 조회수가 21만 명을 넘어섰다. 최초 '지식채널e' 프로그램을 만든 김진혁PD는 실험정신상을 수상한 뒤 지면을 통해 밝힌 수상소감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든 목적이 시청자들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자는 것이었다며,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본 순간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식채널e 가운데 '챔피언'편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상물이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챔피언'편은 1960년 로마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 금메달리스트 캐시어스 클레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클레이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강가에 던져 흑인에 대한 차별에 항의했다. 1964년 WBC 헤비급 챔피언이 된 클레이는 "나는 내가 원하는 챔피언이 되겠다. 그래서 나는 캐시어스 클레이를 버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백인 주인의 성인 '클레이'는 노예의 이름이라며, 스스로 선택한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꾼다.
 
알리는 1967년 베트남 전 징집명령을 거부한 대가로 3년 출전 금지와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한다. 알리는 베트남 전 징집명령을 거부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베트콩들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 링 밖에서 빼앗긴 챔피언 벨트를 되찾기 위해 링 위에 오른 서른두 살 무하마드 알리는 조지 포먼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8회까지 조지 포먼의 펀치에 맥을 못 추던 무하마드 알리는 순식간에 조지 포먼을 KO 시켰다. 그리고 베트남 전 징집 명령 거부로 빼앗겼던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알리는 "챔피언이란 체육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챔피언은 자신들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소망, 꿈, 이상에 의해 만들어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지면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다. 차별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무하마드 알리의 삶과 EBS 지식채널e의 실험정신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아직도 차별로 인식되고 있다. 장애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장애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린 것뿐이라고 방송들은 수없이 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이런 인식개선의 노력을 머리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6년 전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말했다. 이성으로 받아들이지만 감성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지식에 머물 뿐, 실천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을 하면서,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효성기업 행복두드리미 김현수 경영지원본부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김현수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일을 해 보니, 주위의 비장애인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본인이 불편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세상의 차별에 맞선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5분정도 분량으로 내레이션 없이 음악과 자막으로만 전달하는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의 지식채널e는 실험적인 형식을 방송에 도입해 큰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들이 장애인 분야에서도 실험적인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영국의 BBC 5채널에서 화상 장애인 제임스 패트리지가 뉴스 앵커로 나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KBS 한국방송에서도 첫 시각장애인 앵커로 이창훈씨를 발탁해 뉴스를 진행했고, 1급 지체장애가 있는 홍서윤 앵커가 뉴스 진행을 한 사례도 있다. 화상 장애인 윤석권씨는 장애인인권포럼에서 만든 인터넷 방송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메인 뉴스라고 하는 프라임 시간대 주요 공중파 방송사의 뉴스 앵커로 장애인이 발탁되는 사례는 볼 수도 없고, 상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주요 공중파 방송사 가운데 메인 뉴스 시간대 앵커를 장애인으로 발탁할 경우, 아마 그 프로그램과 담당PD는 실험정신상을 수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험 정신이 실험 정신이 되지 않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일까? 장애가 차별이 아닌 차이가 되는 세상, 장애인이 TV 진행자로 비장애인과 함께 공정하게 경쟁하는 세상. 이러한 노력이 실험 정신으로 평가되지 않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들 책임은 방송을 포함한 대한민국 언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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