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함께寶記(보기)

Home > 간행물 > 웹진 '통' > 이전호보기 > 함께寶記(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아르뷔르(Art Brut),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첨부파일

아르뷔르(Art Brut),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

신지은(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서울 무역센터 코엑스(COEX) A홀에서 서울오픈아트페어(SOAF)가 개최되었다. 다양한 전시, 아트프로젝트,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그리고 사회적 공헌을 통해 국내미술시장육성에 기여하고 있는 SOAF는 2006년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지난 11년간 1만 3천여 작가와 4만 점 넘는 수준 높은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SOAF는 열린 미술시장이다. “누구나, 모두에게”라는 컨셉에 특화된 전시이기에 대중들과 다양한 작품과 예술세계를 공유하여 일반 시민들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올해는 120여개의 국내외 갤러리들이 참여하여 1000여명 작가의 5000여 점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전시 가운데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있었다. Save the Children과 UNICEF 그리고 밀알복지재단이 전시부스에 참여한 것이다. 이 중 밀알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밀알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이 가진 사회성의 결핍을 치료적 관점이 아닌 재능의 요소로 바라보고, 미술 분야에 재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전문 교육을 제공하여 이들의 예술성을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부스에서 전시된 작품 또한 교육후원을 받고 있는 자폐성 장애 1급 박태현 작가의 작품이었다. 박태현 작가는 두루마리 휴지와 스카치 테이프, 색종이를 사용하여 종이인형을 만들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그래픽아트 작품을 만든다. 전시부스에 두면을 도배한 그의 작품은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박태현 작가의 그래픽아트 작품을 활용한 에코백을 공개 및 배부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알리기도 하였다.

 

 

전시 부스들 중 선명한 컬러의 작품들이 유난히 눈길을 끌던 부스가 있었다. ‘시스플래닛’의 부스였다. 이끌리듯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니 시스플래닛의 오윤선 대표가 다가와 설명을 하며 부스 안에 있는 작품들이 모두 발달장애 화가들의 작품이라고 하였다. 사회공헌이 아닌 갤러리로 참여한 시스플래닛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여 전시 및 기타 기획과 연결하는 아트매니지먼트 회사이다. 시스플래닛에는 5명의 발달장애 화가가 소속되어 있다. 시스플래닛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사회적 약점이 대체불가능한 재능으로 발휘되어 작품 안에서 그 순수하고 강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드러남을 예술가의 자질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SOAF에 전시된 5000여점의 작품들 속에서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며 빛내고 있었다.

 

 

프랑스의 국민화가 장 드뷔페(1901~1985)는 1945년 정신적 장애인들의 작품을 아르뷔르라고 칭했다. 뷔르는 불어로 ‘생것, 날것’이라는 뜻으로 아르 뷔르는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을 의미한다. 장 드뷔페의 표현대로 발달장애인들의 작품에는 생생하고 감성 넘치는 표현을 통해 솔직함, 투명함, 선명한 컬러감이 들어나 있다. 조금은 특별한 예술적 표현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그들의 작품은 장 드뷔페를 매료시켰듯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밀알복지재단이나 시스플래닛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매년 JW ART AWARD를 열어 예술인을 후원하고 있는 JW그룹(중외그룹) 또한 올해는 발달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한다. 총 상금이 1,200만원인 JW ART AWARD는 7월 1일부터 9월 23일까지 공모접수를 한다고 한다. 이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될 작품들 또한 어떠한 작품들이 나올지 기대가 크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소외되어 왔었다. 문화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미술은 치료의 한 방법일 뿐이었다.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보며, 장애를 약점으로 인식하여 장애를 가진 것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에 그칠 뿐이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의 창의적인 발상과 남다른 개성을 발휘하는 작품들로 인해 어느덧 이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옅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그렸기에 배려의 차원에서 그들의 작품을 즐기는 것이 아닌,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도 그들의 작품이 독특하고 눈길을 끌어 즐기게 된 것이다. 발달장애 화가를 육성하여 그들의 작품을 컵이나 가방 등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시스플래닛’과 발달장애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핸드폰 케이스, 그릇, 사무용품 등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오티스타’ 같은 업체의 등장은 시장에서 발달장애화가들의 작품이 그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처럼 점점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소외된 사각지대에서 나와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길 바란다.

다음글 장애•비장애 청소년 동반여행 ‘H더불어하나’
이전글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금융교육 ‘은행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