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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직원들과 성장해 온 아름다운 카페, 히즈빈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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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직원들과 성장해 온 아름다운 카페, 히즈빈스

구혜진(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인턴)
 저절로 머물고 싶어지는 세련된 인테리어, 달콤한 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어우러진 아라비카 100% 스페셜티 원두, 눈길을 사로잡는 디저트 메뉴들과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 누구라도 단골이 되고 싶을 법한 카페 ‘히즈빈스’에는 자랑거리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그 곳의 직원들이다. 노련한 손길로 손님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하는 이들은, 정신장애가 가져다 준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카페 히즈빈스의 주인공으로서 자신들의 일터를 일구어 나가고 있다.
 히즈빈스는 2008년 대학생이었던 임정택 대표이사가 동료들과 함께 사회혁신기업 ‘향기 내는 사람들’을 창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6개월 간 매일같이 장애인,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만나러 다니던 그는, 기회와 지지만 주어진다면 정신장애인들이 얼마든지 전문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학력을 비롯한 스펙 없이도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을 것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기회가 꾸준히 보장될 것 등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카페 사업을 선택했다. 2009년 한동대학교에서 첫 손님을 맞은 히즈빈스는 포항을 중심으로 부천, 안양,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 11곳의 커피 전문점과 1곳의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전체 직원 80여 명 중 65%가 정신장애인으로, 이들은 바리스타·파티시에·로스터 등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히즈빈스의 핵심 역량은 높은 장애인 고용률에서 드러나는 것 이상에 있다. 히즈빈스의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넘어, 정신장애인의 취업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히즈빈스에서는 95% 이상의 정신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직업 생활을 유지하는 데 성공해 왔으며, 3년 이상의 평균 근속 기간을 보이고 있다.
 히즈빈스의 정신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이토록 성공적으로 직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바탕에는 지역사회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한 회사의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지지 시스템이 있다. 정신장애인 직원 1명 당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정신보건 전문 교수·법인 임원·카페 매니저·선배 바리스타·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동료·대학생 서포터 등 7명의 지지자들이 매칭되어, 최소한 1년 반 동안 장기적인 조언, 상담, 치료가 이루어진다. 정신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상담과 치료, 유사한 경험을 공유해 온 동료들의 조언, 그리고 서포터들의 정서적인 지지와 응원이 유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토양을 일구어 내는 것이다.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기관, 대학,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회사의 꾸준한 노력이 빛나는 지점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애인 특화 교육 커리큘럼도 직원들에게 힘이 된다. 힘든 시간을 이겨 내고 직업 생활에 첫 발을 딛는 정신장애인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히즈빈스 가치 교육부터 시작하여, 바리스타 이론, 위생 및 청결, 서비스, 사이드 메뉴 교육, 실습과 최종 평가 등 7단계의 커리큘럼을 별도의 교육 전문 기관 ‘히즈빈스 바리스타 아카데미’에서 진행한다. 취업 후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신적, 기술적으로 스스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맛과 감동을 담은 커피를 전한다.
 이렇듯 정신장애인 직원들에게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고용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자립 가능성까지 높이는 히즈빈스의 직업 재활 모델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공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2014년에는 히즈빈스의 이야기가 전미정신재활협회(USPRA)의 인터내셔널 뉴스레터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메릴랜드주립대 연구진이 직접 히즈빈스를 방문하여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도 하였다. 2015년 11월에는 45개국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모인 제12회 세계정신사회재활협회 세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신장애인 자립 모델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성공 사례로 주목받아 온 히즈빈스는 이제 전 세계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앞장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히즈빈스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고용주들과 공유하여 장애인 고용을 더욱 촉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히즈빈스는 2012년부터 카페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통하여 개인, 기업, 병원, 교회, 사회복지기관 등에게 카페 창업 및 장애인 고용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 창업 전 과정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하고, 경영, 브랜딩, 인테리어, 유통 등의 창업 관련 각 분야별 컨설팅을 선택적으로 진행하기도 하는 등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도 핵심이 되는 것은 장애인 고용이다. 히즈빈스 카페창업 컨설팅을 이용하는 고용주는 반드시 카페에 장애인을 1명 이상 고용하여야 하며, 필요 시 히즈빈스가 장애인 직원 탐색, 면접, 채용, 바리스타 교육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 히즈빈스의 컨설팅 서비스를 통하여 사업주는 사업체 규모에 맞는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달성하여 고용부담금의 부담을 없앨 수 있고, 장애인 고용은 더욱 확대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컨설팅 서비스를 통하여 창출된 히즈빈스의 수익은 반드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어, ‘장애인들을 전문가로 양성하여 함께 꿈을 이뤄가는 기업’이라는 비전에 대한 헌신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장애인 고용과 자립을 위하여 다양한 통로로 헌신하면서도, 카페 히즈빈스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 지자체의 공간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인건비와 임차료 등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거부한다.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하여 2013년 자체적인 로스팅&디저트 공장을 설립하였고, 빵, 쿠키 등 카페 메뉴들을 이 히즈빈스 공장에서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다. 이는 히즈빈스만의 차별화된 메뉴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더 많은 정신장애인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순수익은 모두 매장을 늘리는 데 재투자한다.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 부당하게 소외되었던 이들이 정성들여 내린 커피 한 잔으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회, 장애의 유무에 관계 없이 모든 직원들이 함께 소중한 일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 ‘히즈빈스’라는 작은 씨앗에서 틔워 낸 아름다운 가치가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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